▲ 전도연 | ||
영화 <타짜>를 통해 여배우로서의 정점에 올라있는 톱스타 김혜수. 필자는 얼마 전 김혜수를 인터뷰할 기회를 잡았다. 만만치 않은 여배우로 알려진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최대한의 준비를 해서 현장을 찾았다.
인터뷰는 어느 영화 포스터 촬영 현장에서 이뤄지기로 했다. 영화 홍보팀과 사전 조율을 통해 김혜수와 남자 주인공 두 배우의 인터뷰를 약속했는데 당일 현장에서 영화 홍보팀은 인터뷰 대상을 두 배우로 국한하지 말고 출연진 전체로 확대해 달라고 부탁해왔다. 다소 무리하고 난감한 요구였지만 홍보팀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실제 인터뷰에선 카메라 앵글이나 질문의 포커스가 모두 김혜수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인터뷰는 무리 없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방송 분량 편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김혜수와 남자 주인공 중심으로 편집이 이뤄지는 데 대해 영화 홍보팀이 강하게 항의해온 것이다. 영화 홍보팀은 현장에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격분했고 방송 제작진은 영화 홍보팀이 사전 합의 사항을 먼저 번복했다며 반발했다. 양측의 입장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일촉즉발의 순간, 결국 인터뷰한 내용을 아예 방송하지 않는 최악의 결과로 상황이 정리됐다.
▲ 이승연(왼쪽),김혜수 | ||
문제의 돌발 사태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위안부 누드’ 사건이었다. 연예계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위안부 누드 파문이 터지면서 며칠 전 촬영한 소중한 인터뷰 테이프가 하루 아침에 쓸모없는 테이프로 변모하고 말았다. 아! 그때 촬영한 방송 테이프는 지금은 어디에 가 있으려나….
아예 인터뷰가 취소되는 경우는 대부분 연예인이 약속을 펑크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야 워낙 흔하지만 그래도 잊혀지지 않는 스토리가 있다. 필자가 출연 중인 <연예가중계>에는 몇 년 전까지 스타와 스타의 만남을 담은 코너가 있었다. 한 자리서 만나기 힘든 인기스타 두 명을 데이트 형식으로 인터뷰하는 코너였는데 톱스타 두 명의 시간을 동시에 빼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한 명이 펑크를 내면 다른 스타 한 명에게 너무 미안한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영화배우 전도연과 인기가수 A의 데이트 형식 인터뷰를 담당했을 때의 일이다. 그때까지 두 스타는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질문 준비부터 사전 동선까지 맞춰보는 리허설까지 끝마친 뒤 필자는 두 스타의 왕림을 기다렸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전도연과 함께 A가 도착하길 기다렸으나 그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무리 하늘 높은지 모르는 톱스타라 해도 선배 연예인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은 흔치 않다. 게다가 상대가 누군가!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전도연이다. 그런데 한참 뒤 A 측은 “차가 너무 밀려 인터뷰가 힘들겠다”는 무책임한 연락을 취해왔다. 결국 인터뷰 계획은 취소됐고 어렵게 시간을 내준 전도연도 그냥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인터뷰가 무산돼 쓸쓸히 되돌아가야 했던 전도연의 당시 심정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해도 미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