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C엔터테인먼트는 유재석의 영입으로 예능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획사로 급부상했다.
FNC의 한성호 대표는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화가 통했다”고 말했다. 항간에는 유재석을 영입하기 위해 50억 원 혹은 30억 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다는 루머도 불거졌지만 양측은 이를 부인하며 “바라보는 지점이 같았다”고 말했다.
FNC와 유재석의 도킹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숨은 일꾼이 한 명 있다. 바로 송은이. 유재석과 절친한 동기인 송은이는 오랜 기간 FNC에 몸담아 왔다. 그가 묵묵히 이곳에서 FNC와 일하고 있다는 것은 한성호 대표의 성품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송은이를 통해 1차적인 신뢰를 쌓은 유재석은 한성호 대표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FNC와 계약을 맺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유재석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다”며 “20년 넘게 우정을 쌓은 송은이의 추천은 FNC를 향한 유재석의 믿음을 굳히는 확실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5년간 홀로서기를 하며 성공가도를 달려온 유재석이 갑자기 소속사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MC를 맡고 있는 방송 활동 외에는 타 프로그램 게스트 출연이나, 행사를 뛰지 않는 유재석이 굳이 소득을 배분하며 소속사에 몸담을 이유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유재석은 SBS <런닝맨>이 중국에서 리메이크돼 큰 인기를 얻으며 원조 프로그램의 MC로서 중국 시장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강제 해외 진출’이다. 그는 이미 홍콩 팬미팅을 마쳤고 중국 7개 도시를 도는 팬미팅도 계획돼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잘 아는 이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사기꾼이 판치기 때문에 자칫 잘못된 계약을 맺었다고 곤욕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FNC는 유재석에게 더욱 매력 있는 소속사였다. 체계적인 아카데미 사업을 꾸리고 있는 FNC는 중국에서 지사를 두고 있다. 게다가 소속 아티스트들이 꾸준히 중국 활동을 해오며 노하우를 쌓았다. 구설이 생기는 것을 꺼리는 유재석에게 상장사로서 투명한 경영을 보여주는 FNC는 더없이 매력일 수밖에 없었다.
유재석의 이동은 단순한 전속계약을 넘어 예능계의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유재석 이후 ‘유재석 사단’이라 불리는 노홍철과 김용만이 FNC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미 몸담고 있던 정형돈, 이국주, 문세윤까지 포함하면 FNC는 예능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획사로 급부상했다. 그러면서 기존 기획사들과의 경쟁 구도도 분명해졌다.
강호동·신동엽 등 톱MC들의 사진을 내건 SM C&C의 홈페이지
그동안 예능 강자로 불린 기획사는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인 SM C&C였다. 강호동, 신동엽, 전현무, 이수근, 김병만 등 톱MC를 보유하고 있고 예능프로그램도 만드는 외주 제작사 기능까지 한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뒤늦게 예능 시장에 뛰어들었다. 안영미에 이어 예능 작가이자 방송인인 유병재까지 끌어안았다. 아직 타사에 비해 맨파워가 세진 않지만 향후 더욱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병재 영입을 알리는 YG엔터테인먼트의 블로그 화면.
상장사 외에 예능계에서 두각을 보이던 회사들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성공한 예능 외주 제작사로 꼽히는 코엔에는 이경규, 이휘재, 유세윤, 장동민, 박경림 등이 속해 있다.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김연우, 박지윤, 뮤지 외에 최근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과 전성기를 맞은 김영철을 영입했다. 이 외에도 김구라, 김국진, 이윤석, 김경란 등이 속한 라인엔터테인먼트의 면면도 막강하다.
최근 예능인을 영입하기 위한 줄다리기가 팽팽해지면서 예능인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그 배경에는 역시 중국이 있다. 중국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 이후 드라마 한류가 강세를 보이자 각종 규제로 한국 드라마 수입을 막고 있다. 그러자 그들은 한국 예능으로 눈을 돌렸다. <런닝맨>을 비롯해 MBC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가 중국에서 리메이크돼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권 외에 수익 지분을 단 1%라도 갖고 있으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 예능과 예능인이 중국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거대 연예기획사들이 앞 다퉈 예능인 유치에 나선 것이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한류의 흐름이 K-POP과 K-드라마를 거쳐 이제는 K-예능으로 왔다”며 “드라마는 길어야 6개월 정도 방송되지만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시즌제로 제작되며 5년 안팎의 수명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 면에서 예능이 드라마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