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인표 | ||
충무로가 자랑하는 흥행 배우이자 코믹 연기의 지존인 데뷔 14년차 배우 김수로. 필자가 접한 그의 모습은 늘 배우의 냉철함보다는 인간으로서의 따뜻함과 겸손함이 더 많이 묻어났다. 지난해 가을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어느 영화의 현장 공개 당시의 일이다. 서울에서 좀 떨어진 외곽에서의 촬영인 데다가 날씨도 무척이나 궂은 편이라 현장을 찾은 취재진들의 분위기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현장 공개 후 가진 기자회견장 분위기만큼은 무척이나 따뜻했으니 이유인즉슨 김수로의 ‘현장 정리 소동’ 때문이다.
대개의 기자회견장은 일렬횡대로 맞춰진 수십 개의 의자에 취재진이 빼곡히 앉고 그보다 눈높이가 약간 높은 단상 위에 배우들의 자리가 마련되곤 한다. 당연히 분위기도 조금은 딱딱한 게 일반적이다. 이날 역시 비슷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장이 마련돼 있었고 자리에 앉아 정열한 취재진들이 김수로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등장한 김수로는 의외의 말을 뱉었다. “나 저기 못 앉아~!” 뭐란 말인가. 기자회견을 보이콧하겠다는 것일까. 취재진이 잠시 술렁이자 김수로는 더욱 의외의 행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현장의 의자들을 모두 원형으로 정리하고 단상 위에 준비된 자신의 자리까지 치워버린 것.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봤더니, 그는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높은 단상 위에서 질문을 받느냐”고 얘기했다.
이런 그의 의사가 홍보팀에 전달돼 이날 기자간담회는 김수로와 취재진이 옹기종기 둘러 앉아 편하게 얘기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주연 배우의 콧대 높은 자신감을 버리고 자신이 직접 땀을 뻘뻘 흘려가며 현장을 정리하는 김수로의 모습은 취재진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코믹 연기의 대가인 만큼 적절한 농담을 곁들인 그의 재치 넘치는 언변은 이날도 빛을 발휘했고 솔직한 대답들이 이어져 기자간담회는 내내 진솔한 웃음바다였다.
개그계의 젠틀맨 박수홍. 그와 가진 몇 차례의 만남에서 필자는 그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예의바른 이미지가 결코 꾸며진 게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필자에게 그는 대선배이자 어찌 보면 다가가기 힘든 위치의 톱스타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그를 인터뷰한다는 게 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떨리는 일이었다. 그와의 첫 번째 인터뷰는 몇 년 전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예고편 촬영현장에서 이뤄졌다.
▲ (왼쪽부터) 김수로, 유진, 박수홍 | ||
예의 바른 이미지를 위해 필자의 이름 정도는 먼저 외워둘 수도 있었겠지만 꼼꼼하게 방송 모니터까지 해주는 그의 세심함에 상당히 감동받았던 게 사실이다. 처음 만난 사람, 그것도 까마득한 후배에게 건네는 그의 넉넉한 마음씀씀이는 그가 벌이고 있는 다양한 홍보대사 활동과 각종 선행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소녀 그룹 SES로 출발해 어느덧 데뷔 10년차가 된 연기자 겸 가수 유진. 그 역시 필자에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얼마 전 있었던 유진과의 거리 데이트. 이날 필자가 만난 유진은 말 그대로 ‘신인의 자세’, 즉 겸손함을 잘 지키고 있었다. 데뷔 이래 10여 년 동안 유진은 가수, 연기자 그리고 MC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며 늘 대중의 관심권 안에서 지내왔다. 그런데 이날 유진은 최근 새롭게 도전한 영화와 뮤지컬 얘기를 꺼내며 자신은 아직도 한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이유 역시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유진은 장시간의 뮤지컬 연습으로 엉망이 된 발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겸손한 스타, 차인표의 말이 떠오른다. “나의 고용주는 대중이다. 대중이 나를 원해야 내가 연예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대중을 먼저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그의 말을 많은 연예인들이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 대중 앞에서 겸손한 스타야말로 진정 빛나는 스타일 테니까.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