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월 10일 평범한 회사원과 결혼식을 올리는 손미나 KBS 아나운서. | ||
어찌 보면 아나운서는 방송사라는 대기업에서 봉급을 받는 직장인일 뿐이지만 그들의 업무가 대부분 TV나 라디오를 통해 이뤄지는 탓에 다소 화려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과연 그들이 모여 있는 아나운서실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연이은 결혼과 프리 선언으로 뒤숭숭한 방송사 아나운서실 분위기를 들여다본다.
KBS 손미나 아나운서가 5월 10일 한 살 연상의 대기업 회사원 박 아무개 씨와 결혼한다. 이미 결혼 사실을 알고 있던 이들이 상당수지만 정식으로 결혼을 발표하자 KBS 아나운서실은 오랜만에 잔칫집 분위기가 됐다. 손미나 아나운서는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 살. 다소 늦은 결혼이라 축하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의 결혼에는 뒷말도 거의 없다. 항간에선 예비 신랑이 재벌가의 자제라느니, 미국에서 신혼 생활을 할 거라느니 하는 소문이 돌았지만 실제 예비 신랑은 평범한 남성이고 손미나 아나운서는 결혼 후 방송 은퇴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여자 아나운서의 결혼은 다소 화려한 경향이 있었고 이에 대한 뒷말도 끊이지 않았다. 그런 탓에 중견 아나운서들 사이에선 “후배 아나운서들이 행복한 결혼식을 치르는 게 기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아나운서가 좋은 결혼을 위한 수단 정도로 비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요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결혼식을 올리는 여자 아나운서들이 많다. 최근 결혼한 여자 아나운서의 배우자들을 보면 펀드매니저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많고 상당한 명문가 집안의 자제들도 있다.
▲ 현대가의 자제와 결혼한 노현정 전 아나운서. | ||
일각에선 노현정의 결혼을 시기하는 시선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어지간한 연예인을 상회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데다 재벌가로 시집가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하자 일부에서 반발심리가 불거졌다는 것. 게다가 노현정은 <노현정의 황금 유리창>이라는 책을 펴내고 잡지 화보를 촬영하는 과정에서도 아나운서실과 마찰을 빚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인 만큼 아나운서실 내부에서도 질투와 시기의 시선이 없을 수 없다. 우선 업무적인 부분. 누구나 공채 아나운서라는 같은 출발선에 서서 방송 활동을 시작하지만 저마다 맡는 프로그램이 다르고 그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를 부러워하는 시선, 예능 프로그램을 주로 진행해 높은 인기를 끄는 데 대한 질투의 시선 등이 교차하는 것. 예능 프로그램을 주로 진행하며 높은 인기를 끌다 아예 프리선언을 해 방송인이 된 강수정은 당연히 동료 아나운서의 부러움을 한몸에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수정은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동경의 대상이었다. 입사 당시 <9시 뉴스> 진행이 꿈이었다는 강수정은 공채 1년 선배인 김경란 아나운서가 그 자리를 맡게 되자 “부럽다”면서도 “솔직히 샘 난다”는 말로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아나운서들 사이에선 동료의 결혼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시선이 오간다고 한다. 물론 이는 어느 직장에서나 존재하는 질투 수준이다. 다만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전문직 종사자나 명문가 자제와 결혼을 발표한 동료 아나운서에 자극받아 평범한 남성과 교제 중이던 아나운서가 결별을 선언해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도 벌어지곤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성향일 뿐이지만 말이다.
▲ 강수정 | ||
이는 묘한 현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집안이나 직업이 좋은 남성과 결혼한 아나운서가 남편 친구나 선후배를 동료 아나운서들에게 소개해주는 것. 질투란 부러움의 동의어인 만큼 질투의 시선을 받으며 결혼한 아나운서에겐 소개를 부탁하는 손길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몇 년 전 전문직 남성과 결혼한 아나운서 A가 소개 창구로 유명한데 이미 같은 방송사 아나운서 동료에게 남자를 소개해 결혼에 성공했고 또 다른 방송사 아나운서 한 명도 그에게 남자를 소개받아 열애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아나운서실이 보수적이고 질투가 난무하는 공간이란 것은 아니다. 이런 질투는 일부이고 오히려 친분이 두텁고 가족적이며, 질투도 그런 분위기의 또다른 표현이라는 얘기다.
최근 동료 아나운서들을 술렁이게 만든 강수정과 김성주의 프리 선언 후에도 외부의 선입견과는 달리 가족적인 유대감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강수정이 <연예가중계>에서 중도 하차할 당시 KBS 아나운서실 분위기가 무척 냉랭했던 데에 반해 마지막 방송 때는 동료 아나운서들이 대거 스튜디오를 찾아 그를 격려해주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