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돈’을 기억하는가. 지난 2003년 ‘24시간 섹시댄스’(이사돈이라는 별칭의 유래)를 선보여 뭇 남성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는 전혜빈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 곁에 다가왔다. 이제 전혜빈에게서 ‘섹시’라는 말을 떠올리는 이들이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SBS 수목드라마 <마녀유희>에서 청순하면서도 씩씩한 ‘1등 신붓감’ 남승미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고 있다.
“정말 일등 신붓감이죠. 레스토랑 매니저인데 똑똑하고 성실해요. 백수 남자친구에게도 그렇게 잘할 수가 없어요.” 그가 역할에 이토록 만족스러워하는 이유는 바로 그동안 자신을 감싸고 돌았던 ‘섹시’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섹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또 그동안 제 이미지로 굳어져 있는 학생이나 톡톡 튀는 역할도 이제 벗어던질 때가 된 것 같았어요. 이제는 진짜 연기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전혜빈의 ‘남승미로의 변신’은 성공적이다. <마녀유희>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전혜빈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새로운 옷이 잘 맞는다는 것. “예전에는 악플하면 저였는데 인터넷에서 칭찬 댓글을 보니까 좀 신기하더라고요.”
전혜빈은 본인이 직접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안티 팬들에게 자제해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안티팬’이 많은 스타였다. 적응이 됐을 법도 한데 지금도 인터넷에서 악플을 보면 가슴이 아프단다.
“안 보고 싶지만 그게 안 봐지지가 않더라고요. 무슨 이야기가 쓰여 있는지 꼭 보는 편이에요. 저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무조건적인 공격은 조용히 한 귀로 흘려버리려고 노력하죠. 그래도 마음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 드라마 <마녀유희>에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전혜빈. | ||
전혜빈에게 2006년은, 그의 말을 빌자며 ‘뭘 해도 안 되는 해’였다. 성형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고 섹시 콘셉트를 너무 강조해 캐스팅도 어려웠다. 여기에 사적인 일까지 겹쳐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고. 그가 돌파구로 찾은 것은 다름 아닌 공부. “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연기수업도 적극적으로 받았어요. 그러다보니 차차 제 모습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이런 노력들이 ‘남승미’로의 변신을 위한 새로운 발판이 되어 줬다.
시청자들은 전혜빈이 남자친구 ‘채무룡’(재희)을 ‘마유희’(한가인)에게 빼앗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인을 뺏긴 뒤 ‘1등 신붓감’이던 전혜빈이 ‘1등 마녀’로 변신하지는 않을까. 전혜빈은 펄쩍 뛴다. “저는 꼭 그렇게 생각 안 해요. 9회 대본까지 봤는데 아직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요즘은 시청자분들이 내용을 만들어주시잖아요. 아마 (남)승미 같이 착한 아이에게 상처 주진 않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남승미’가 된 후 가장 좋은 점을 물었다. “저희 집이 한남동인데 제 촬영분이 거의 남산N타워에서 있거든요. 가까워서 너무 좋아요.(웃음)” 농담처럼 건네는 말이었지만 전혜빈이 얼마나 ‘남승미’에 깊이 빠져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인터뷰를 마친 전혜빈은 마치 신인처럼 기자와 스태프들에게 연신 인사를 해댔다. 오랜 기간 인기 스타의 자리에 있었지만 늘 신인의 자세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는 전혜빈, 이것이 진정한 그의 매력이지 않을까.
고재완 스포츠서울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