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바인고교 총기난사 사건’이 마이클 무어의 다큐 <볼링 포 콜럼바인>과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로 영화화됐듯이 이번 참사 역시 곧 할리우드 영화의 소재가 될 전망입니다. 그렇게 되면 불행히도 그 주인공은 한국인이 될 것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이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들은 대부분 좋지 않은 이미지의 캐릭터입니다. 심지어 93년 작인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영화 <폴링 다운>은 한국인을 비하해서 묘사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가 개봉을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그 이후에도 계속돼 <크래쉬>에선 한국인이 ‘돈벌레’로 묘사됐고 최근 개봉된 영화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에선 한국인이 형편없는 실력에 교양도 없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또한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한국을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드라마 <24>는 여전히 혹독한 고문이 자행되고 있는 듯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벌어진 버지니아 공대 참사가 할리우드 영화에 미칠 영향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물론 당장의 걱정은 미국 내 한인 사회와 유학생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정부 당국을 믿습니다. 스크린쿼터까지 내주며 다진 미국과의 돈독한 관계가 미국 내 한인 보호에 힘이 되어 주길 말입니다. 물론 그마저도 관계 부처가 다르다고 핑계대면 할 얘기가 없겠지만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