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소유진을 수식하는 말이다. 유난히 악플에 시달리고 ‘설’도 많지만 실제로 만난 그에게선 어떤 그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악플에 대해서도 “이 넓은 우주의 작은 행성인 지구, 지구에서도 조그마한 한국에 사는 제게 관심을 가져주는 건 고마운 일이죠”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드라마 <서울 1945> 이후 6개월여의 공백기를 깨고 SBS 파워FM <소유진의 러브러브> DJ로 돌아온 그를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늦은 저녁 SBS 건물 로비에서 지친 듯 발길을 옮기는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소유진이다. 평소 발랄한 모습은 어디 가고 물 먹은 솜처럼 걸음걸이가 무겁다. 알고 보니 오뉴월 감기에 걸린 데다 교통체증에 시달려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었다. 그래도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멋진 포즈를 취한다. ‘프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4년 만의 라디오 복귀지만 본인은 계속 해왔던 것처럼 편안하단다. 이미 소유진은 2003년 SBS 러브FM <러브 앤 뮤직>으로 최고의 청취율을 기록한 바 있다. 대본에 의존하지 않고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만의 스타일이 청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것.
“라디오는 청취자들이 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일부러 주파수를 맞춰야하는 거잖아요. 그런 점이 좋아요. 왠지 제 방송을 듣는 분들은 다 제 편 같아요(웃음).”
‘내 편’이라는 천군만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일까. 소유진은 공백 기간 동안 우울해질 때면 라디오를 하고 싶었단다. 청취자들과 이런저런 얘길 주고받다 보면 위안을 받고 또 용기도 얻는다고. 외국어 공부에 요리, 보컬 트레이닝까지 쉴 때 더 바쁜 그였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우울함이 젖어들었다.
“꼭 연예인이어서가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감정 기복이 있잖아요. 그걸 숨겨야 할 때도 있고. 저도 그래요. 그럴 때마다 꼭 라디오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꾸며진 게 아니라 자연스러워서 라디오가 좋다는 소유진.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요즘이 무척이나 행복하단다. 한참을 얘기하다 보니 어려운 질문에도 재치 있게 넘어가는 순발력과 가식적이지 않은 웃음이 매력적이었다. 왜 이런 그에게 악플이 따라다니는 것일까.
“또 악플 물어보려고 하시는구나!” 역시 눈치 빠른 소유진이 선수를 쳤다. “상처 받죠. 왜 안 받겠어요. 뭘 딱히 꼬집을 것도 없이 다 상처 받아요. 김장훈 오빠가 한국의 경제난과 정치적 상황을 바라보면 악플은 아무것도 아니게 보인다더라고요. 해보니까 진짜 그러네요(웃음).”
▲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내친김에 약 300개의 악플이 달린 ‘졸업한 후에 연예인밖에 할 게 없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또다시 호탕한 웃음이 터진다.
“저도 기사를 봤는데 제목이 좀 오해를 살 만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간 대학이니까 학생이 본업이고 연예인은 부업이라 여겼거든요. 그런데 졸업하고 보니 어느새 연예인이 돼 있었고 그래서 연예인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거예요.”
4부작 드라마 <램핑>에 여검사로 캐스팅된 소유진은 요즘 캐릭터 잡기에 여념이 없다. 그동안은 자신에게 캐릭터를 맞춰왔다면 이제는 자신을 캐릭터에 맞추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연기자로서 각오를 내비친다.
“<서울 1945>를 하면서 비로소 연기라는 걸 한 것 같아요. 아직 영화는 잘 모르지만 브라운관, 무대, 스크린 어디서나 스며들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다부진 각오 뒤에 읊조리는 한마디. “조승우 선배처럼 돼야하는데….”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