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왜 ‘밀양’일까. 영화 제목이 <밀양>인 이유를 단순히 촬영지가 밀양이었기 때문이라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영화 <밀양>은 남편을 잃은 신애가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가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신애에게 밀양은 참으로 혹독한 곳이다. 세상을 떠난 남편의 흔적을 찾아 내려온 밀양에서 하나뿐인 아들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기 때문. ‘신애’ 역할의 전도연 역시 “왜 신애가 밀양에 일부러 내려가 그렇게 고생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할 정도다.
과연 밀양은 어떤 곳일까. 우선 영화 초반부에서 ‘종찬’(송강호 분)은 신애에게 밀양을 ‘한나라당의 도시’, ‘부산에 가까워 말씨도 부산 말씨인 곳’, ‘경기가 바닥인 곳’ 등으로 설명한다. 지리적으로 볼 때 부산에서 김해를 지나 좀 더 올라가면 밀양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부산)에서 고향(김해)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한나라당의 도시가 바로 밀양인 셈.
밀양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신애는 무척 들떠있었다. 자신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아들은 웅변 학원에 보낸다. 주변에 투자가치가 있는 땅을 보러 다니고 다른 학부모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며 ‘남편의 고향’에서 쉽게 적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유괴범에게 아들을 잃은 신애는 고된 방황에 빠지고 만다. 주변에선 신애를 향해 ‘남편과 아들 잡아먹은 여자’라고 손가락질한다.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밀양이 남편의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아는 이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 다만 신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종찬만 쓸쓸히 그를 도울 뿐이다.
다시 말해 영화 <밀양>은 ‘신애의 혹독한 밀양 적응기’를 그리고 있는 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신애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으로 대변되는 범여권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즉 한나라당 일색인 경상도에서의 지지율을 높이려 노력했지만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한 ‘노 대통령과 여권의 혹독한 경상도 적응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냐는 것.
영화의 마지막은 자살 시도 이후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신애가 여전히 밀양에 적응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밀양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친정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서울 대신 죽은 남편의 고향이자 아들이 세상을 떠난 장소인 밀양에 남은 신애의 선택은 여전히 경상도에 대한 미련과 애착을 갖고 있는 여권의 모습에 그대로 투영된다. 어차피 이번 대선에서도 여권은 경상도의 지지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절박한 상황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