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고맙습니다> 종방연 현장에서 만난 공효진은 예상외로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자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이렇게 얘기했다.
사실 KBS <마왕> SBS <마녀유희> MBC <고맙습니다>가 수목드라마 삼파전을 시작할 당시 <고맙습니다>의 성공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병역비리 파동의 장혁 복귀작이라는 데 더 관심이 쏠렸기 때문에 공효진은 ‘장혁 복귀 도우미’ 정도로 여겨질 뿐이었다. 그런데 예상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오랜만에 나온 명품 드라마라는 평까지 받은 것.
이번 드라마를 통해 반항아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연기 영역 개척의 가능성을 선보인 공효진을 종방연 현장에서 만났다.
지난 10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호평 속에 막을 내린 <고맙습니다>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한데 모여 축배의 잔을 들고 있었기 때문. 장혁은 스태프들이 주는 술을 넙죽넙죽 마시다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서신애는 마치 브라운관에서 튀어나온 듯 봄이 모습 그대로 장난을 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 속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 있는 한 청초한 여인이 있었다. 바로 에이즈에 걸린 딸을 키우는 미혼모 ‘영신’을 연기한 공효진이었다. 그곳에는 얌체공같이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공효진은 온데간데없고 가녀린 몸을 숙이며 연신 미소를 짓고 있는 ‘영신’만이 있을 뿐이었다. 종방연 내내 살짝살짝 그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고 딸 봄이 역할을 한 서신애를 꼭 껴안아 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제가 청순가련형 연기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어요. 그래서 더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행복해요. 제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통한 것 같아요.”
사실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영신’은 여배우들이 꺼려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캐릭터다. 우선 미혼모인 데다 딸은 에이즈에 걸렸다. 게다가 외딴 섬마을에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여성이다. 자칫 잘못하면 신파 연기 일색이 될 수 있고, 지나치면 여배우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고급 브랜드의 협찬의상을 마다하고 시장 통을 뒤져 시골에 사는 미혼모에 적합한 의상을 따로 구입해야 했을 정도다.
▲ 공효진이 <고맙습니다>를 통해 반항아 이미지에서 탈피했다. 실제 성격도 예상과는 달리 매우 여성적이라고. | ||
이번 드라마가 공효진에게 건넨 가장 큰 선물은 고정적인 이미지의 탈피에 있다. 2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동안인 데다 워낙 반항아 이미지가 강해 여전히 그를 10대 여고생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드라마로 인해 비로소 그 틀이 깨졌다.
“최근 들어 한계를 많이 느꼈던 게 사실이에요. 20대 중후반 여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한정되기 마련이잖아요. 제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각인된 것도 부담이었고, 그래서 특별한 사연을 지닌 ‘아이 엄마’에 도전하게 된 거예요.”
반항아적인 이미지는 배우 공효진 뿐만 아니라 인간 공효진에 대한 오해로 연결되기도 했다.
“주위 분들이 절 야성적인 이미지로만 봐주시더라고요. 술도 잘 마시고 싸움하면 이길 것 같은. 그런데 저 사실 주량이 맥주 1잔, 와인 1잔이고요. 악플을 보면 마음이 상해 잠을 이루지도 못해요. 보기와 달리 보수적이고 여성적이에요.”
<고맙습니다> 촬영을 끝낸 공효진은 요즘 여행을 다니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밀렸던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차기작도 고르는 중이다. 다음에도 착한 역할을 맡아 여인의 향기를 제대로 풍겨보겠다는 각오로 한 작품 한 작품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단다.
한편 이날 종방연에서 또 한 가지 화제가 된 사안은 공효진의 왼손 약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였다. 마치 커플링처럼 보여 연인이 생긴 게 아니냐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것.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연인이었다가 헤어져 친구로 지내는 류승범과의 재회설이 화제였었다. 당시 공효진은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친구사이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변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 공효진은 그냥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