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대성-장서희 | ||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현 동아대 감독)이었다. 당시 문대성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필자가 출연중인 <연예가중계>에서도 그와의 인터뷰에 공을 들였다. 당시 화제의 코너였던 ‘스타와 스타의 만남’을 통해 문대성이 직접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탤런트 장서희와의 만남을 주선한 것. 그 특별한 만남의 현장 진행 리포터로 필자가 자리를 함께했다.
문대성이 사범으로 있던 한 태권도장에서 이뤄진 이날의 인터뷰. 두 스타는 서로 TV를 통해서만 얼굴을 봐왔을 뿐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라 서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긴 했지만 어색함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둘 사이의 연이은 침묵에 필자만 식은땀을 흘려야 했는데 그 분위기가 깨진 것은 장서희의 뜬금없는 질문 때문이었다.
올림픽 결승전에서 멋진 승리를 따낸 문대성이 경기 직후 상대 선수에게 뭔가 귓속말을 건네 시청자들 사이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때 과연 무슨 말을 했느냐’라는 질문을 준비한 필자와 달리 장서희는 ‘그때 영어로 말을 했느냐’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문대성은 이내 크게 웃으며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며 “쓰러진 상대선수에게 ‘You are the best player’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얘기했다. 이후 이야기는 서로의 어려웠던 시절로 넘어가며 두 사람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문대성이 장서희에게 도복을 입히고 태권도까지 가르쳐주는 진풍경으로 연결됐다. 이날 인터뷰가 끝나고 장서희는 문대성에게 자신이 주연한 영화 <귀신이 산다>의 티켓을, 문대성 역시 자신의 도복을 선물로 건넸다.
▲ 전인화-김연아 | ||
하는 수 없이 필자는 취재팀과 함께 무작정 현장을 찾았다. 다행히 두 스타는 필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혹시라도 불편해할지 모르는 김연아를 위해 장난도 건네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낸 끝에 어렵게 인터뷰 시간을 따낼 수 있었다.
인터뷰 내내 두 스타는 무척 다정한 모습이었다. “김연아 선수가 내 딸과 동갑인데 너무 대견하다”며 연신 챙겨주는 전인화, “전인화 선생님을 TV에서만 보다 실제로 만나보니 훨씬 아름답다”며 감탄하는 김연아. 이들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실제 모녀지간이라 해도 믿을 만큼 닮은꼴이었다. 특히 김연아는 “중간고사를 망쳐 아예 채점조차 안했다”, “노래는 창피하니까 시키지 말아 달라” 등의 애교 섞인 멘트를 던지며 17세 소녀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만남이 언제나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연예인 못지않은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스포츠 스타 A. 그가 몇 년 전 어느 여가수와 의남매를 맺는다기에 현장을 찾은 기억이 있다.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어 여가수의 소속사가 행사 준비에 한창이었는데 A는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황당해하는 취재진에게 전해진 그 이유는 ‘이날 행사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A의 말처럼 한 마디의 상의도 없이 여가수 측에서 그런 약속을 잡고 매스컴을 불러 모은 것인지, A가 갑작스럽게 말을 바꾸며 약속을 어긴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A의 프로답지 않은 처사는 진한 아쉬움을 남겨줄 뿐이었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