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두 사람이다> 촬영현장에서 만난 윤진서.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어쩌면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바람 피기 좋은 날>이 윤진서의 첫 번째 주연 데뷔작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홍보 기간 내내 김혜수라는 대배우의 포스에 밀렸지만 영화 속 ‘앙큼한 내숭녀’ 윤진서의 연기까지 김혜수의 그것에 밀린 것은 아니었다. 베드신도 노출 일변도가 아닌 코믹으로 승화할 수 있음을 온 몸으로 보여준 윤진서의 연기력은 그가 영화 한 편을 온전히 이끌어 갈 수 있는 주연급에 이르렀음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제 진정한 주연 데뷔작인 영화 <두 사람이다>가 올 여름 극장가를 강타할 예정이다.
양수리 영화종합촬영소 세트장에서 한창 촬영 중인 윤진서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아니 너무 진지하다 못해 쌀쌀맞아 보일 정도였다. 한 시간가량 촬영 과정을 둘러보며 윤진서의 모습을 스케치한 기자의 수첩엔 ‘까칠해 보인다’라고만 적혀 있을 뿐이었다.
조심스레 그 이유를 묻자 윤진서는 “어려운 감정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장면인데 너무 많은 취재진이 몰려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라며 “스릴러 영화인 만큼 영화가 최대한 노출되지 않기를 바란 탓에 현장 공개가 부담스럽다”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좀 더 깊은 속내를 들어보니 단지 촬영 현장 공개 때문에 예민해진 것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출연하는 공포 영화가 그의 삶 자체를 공포스럽게 만들어 버린 것.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지면서 점점 예민해지고 있어요. 공포 연기에 적합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려 시작한 무서운 상상들이 삶 전체를 힘겹게 만드는 것 같아요. 침대에 누우면 갑자기 천장이 움직이거나 옆에 있는 인형이 무섭게 변하지 않을까 상상하게 되고 과일 깎으려 갖다 놓은 과도가 갑자기 나한테 날아올 것 같은 괜한 걱정이 들기도 해요.”
“거의 하루도 쉬는 날이 없어요. 촬영 분량의 90%가량에 등장해 매일같이 촬영 현장에 나와야 해요. 그나마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이렇게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공포에 질린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유지하려 늘 무서운 상상에 매달리다 보니 덜컥 불면증까지 걸려 버렸다.
인내가 쓰면 열매가 단 법, 윤진서에게는 이번 영화가 그의 연기 인생에 확실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다. <두 사람이다>의 오기환 감독은 “전 작품에서 함께 한 이영애나 손예진 역시 나와 작업할 당시엔 최고의 배우가 아니었다”며 “윤진서 역시 이번 영화를 터닝 포인트로 삼아 최고의 배우가 될 것”이라 장담한다. 캐스팅 과정에서 수많은 여배우를 접해봤지만 윤진서가 가장 열정이 뛰어나고 눈이 깊은 배우였다는 것.
이렇게 감독까지 나서서 윤진서의 스타 탄생을 예고했지만 당사자는 묵묵부답 웃기만 한다. 그 대신 “관객들이 깜짝 놀랄 만한 좋은 영화를 들고 찾아뵙겠다”는 약속의 말을 남긴다. 부디 약속처럼 좋은 영화가 완성되길, 그리고 빨리 촬영이 끝나 ‘까칠한 진서 씨’가 다시 밝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