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성스캔들>에서 기생 역할을 맡은 한고은이 제작발표회에 빨간색 원피스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배우 한고은에게는 늘 ‘연기력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1998년 영화 <태양은 없다>로 데뷔한 그는 이국적인 외모와 8등신 몸매로 단숨에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부자연스러운 발음과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수많은 비난 속에서도 한고은은 포기하지 않았고 조금씩 자신의 연기 색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6년, 한고은은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로 가능성을 보이더니 <사랑과 야망>을 통해 연기력 논란의 오명을 말끔히 걷어냈다. 그리고 이번엔 KBS 새 수목드라마 <경성스캔들>에서 희대의 기생 차송주 역할로 다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한고은은 <사랑과 야망>의 ‘미자’로 호평을 이끌어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연기력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아직 못해본 역할도 많고 갈 길이 멀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단독 주연급 시나리오를 다 거절하고 4명이 이끌어나가는 <경성스캔들>을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연보다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주연을 하면 다음 번에도 꼭 주연을 해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전 주 조연을 생각하는 배우가 아니에요.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면 선택을 하죠. 원래 도회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싶어서 파마 안 하고 빨간 립스틱 안 발라도 되는 역할을 맡자고 마음먹었는데 차송주에게 반해버렸어요.”
<경성스캔들>에서 한고은이 연기할 차송주는 1930년대 고급 관리들이 드나드는 최고급 요릿집 명빈관의 기생이다. 지난 30일 여의도에서 열린 <경성스캔들> 제작발표회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고은은 요염한 기생, 그 자체였다. 이날 웬만한 연예인은 어울리지 않는 빨간색 원피스에 빨간 립스틱을 바른 한고은은 많은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았다. 새침한 외모와 달리 털털한 성격이 돋보였는데 무슨 얘기든 감추지 않는 솔직함이 매력적이었다.
공식 연인이었던 god 박준형과 결별 후 한고은은 작은 스캔들조차 없이 솔로로 4년 여를 보냈다. 데뷔 초기 연이은 스캔들에 휘말리며 그가 ‘스캔들의 여왕’으로 불린 사실을 기억하는 이도 많지 않을 정도가 됐다.
“결혼을 하려면 사랑을 먼저 해야 할 텐데…. 사랑이라는 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도망칠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처음에는 조급함이 있었는데 사람 마음을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는 느긋해졌어요.”
몸이 지칠 때면 연애에 대해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워낙 긍정적인 탓에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고 있단다.
“제가 일 욕심이 커요. 뭐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일 욕심이 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지금은 연기만 해야죠. 결혼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이제는 초연해진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나 사랑을 할 때나 솔직하고 싶다는 한고은.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고난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한 남자의 아내로서 자리매김하는 시간이 빨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