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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손호영의 귀화 및 자원입대와 관련된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2년 전에 그가 약속한 ‘귀화 이후 자원입대’가 당시 병역법 체계에 의하면 불가능한 약속이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편 손호영의 소속사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직접 (군 입대) 관련 의사를 밝힌 적은 없는 걸로 안다”는 묘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과연 당시 손호영 측이 밝힌 ‘귀화 이후 자원입대’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봤다.
손호영은 지난 2005년 5월 24일 국적을 정정하면서 군 입대 기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미국 국적과 한국 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중국적자로 알려져 있던 손호영이 한국 국적을 말소하자 사람들이 손호영을 ‘제2의 유승준’이라고 부르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 이에 손호영 측은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행정상의 오류라는 사실을 밝혀 유승준과의 차이점을 부각시켰고 병역 기피 논란에 대해선 ‘귀화 후 자원입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당시 손호영의 소속사였던 JYP 엔터테인먼트의 홍승성 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분명 “손호영이 자원입대를 통해 군에 입대할 예정”이라고 공시한 것. ‘귀화 후 자원입대’ 약속으로 인해 손호영의 병역 기피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약속이었다. 손호영 측은 귀화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자원입대할 의사가 있었겠지만 당시 병역법 체계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했기 때문. 우선 손호영이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해도 병역의 의무는 없다. ‘귀화에 의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제2국민역에 포함된다’는 병역법
시행령 136조 1항 2호에 따라 손호영은 군에 입대할 의무가 없기 때문. 그렇다면 손호영 측의 얘기처럼 자원입대는 가능했을까. 당시 병역법은 귀화에 의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자원할 지라도 군에 입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었다. 따라서 당시 병역법 체계에서는 손호영이 귀화해서 군에 입대하고 싶었을지라도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올해 초 병역법이 개정됐다. 병무청 정책홍보실 관계자는 “지난해 까지는 귀화에 의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가 군 입대를 할 수 없었지만 올해 초 병역법이 개정됐다”면서 “귀화자의 경우 면제 대상자에 속하지만 병역처분 변경 원서를 제출하면 자원입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2년 전 병역법상으로 불가능한 약속을 했던 손호영에게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병역법이 개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2년 동안 손호영은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 왔을까. 우선 첫 단계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일단 손호영이 할 수 있는 귀화의 종류와 그 절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출입국사무소에 연락을 취했다. 귀화는 크게 일반귀화와 특별귀화로 나뉘어져 있었다. 일반귀화는 한국에 연고가 없는 순수 외국인, 특별귀화는 혼인으로 인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부모의 자녀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절차이다.
손호영은 특별귀화에 속한다. 재일동포였던 손호영의 부친이 1988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자동적으로 손호영이 한국인 부모의 미국시민권자 자녀가 됐기 때문이다. 특별귀화의 경우 신청 후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까지 통상 1년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걸린다. 손호영이 귀화를 선언한 지 정확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확인 결과 현재 손호영은 아직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소속사 관계자는 “2006년 1월께 회사와 계약 할 당시 이미 귀화 신청을 했다고 들었는데 아직 국적을 취득하지는 못한 걸로 알고 있다”며 “귀화를 신청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는데 출입국사무소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어 우리도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다”고 설명했다.
손호영 측 주장에 대해 출입국사무소는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현재 귀화를 신청한 사람이 많아서 심사가 늦춰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귀화신청서를 냈다면 적어도 1년 내에 인터뷰와 간단한 시험을 치르게 돼 있다는 것. 손호영 측의 ‘신청서를 냈지만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는 말에 대해서 출입국사무소 담당자는 “특별귀화는 일반귀화에 비해서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에 빨리 진행되는 편이다. 1년 6개월 동안 연락이 없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소속사 측은 “지난 가을에 출입국 관리소에 문의했으나 대기하라는 얘기만 들었다”며 귀화 신청을 했음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과연 손호영이 현역으로 입대할 지의 여부다. 이미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은 손호영은 제2국민역이 되는데 이럴 경우 현역 입대는 만 30세로 제한돼있다. ‘지지부진한’ 귀화 과정이 모두 마무리돼 자원입대를 신청해도 입영까지 6개월여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부터 급히 서둘러야 현역 입대가 가능한 것. 31세에서 35세 사이에 자원입대하면 공익근무를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난 2년 동안 손호영의 병역 관련 사안에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 손호영 본인은 군 입대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현 소속사는 “본인이 관련 입장을 밝힌 적은 없는 걸로 안다”고 얘기한다. 실제 전 소속사가 본인을 대신해 ‘귀화 후 자원입대’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이는 자칫 전 소속사의 발표 내용이 손호영의 입장과 다를 수도 있다는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 소속사 측은 “당시 손호영과 상의해 발표한 것”이라 얘기하고, 현 소속사 측은 “함께 일하기 전 상황이라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현 소속사 역시 손호영 본인의 뜻을 분명히 밝히진 않았다. 거듭 손호영 본인의 입장을 묻자 소속사 측은 “여러 단계를 밟아야 하는 만큼 귀화과정이 끝나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뒤 이후 과정에 대해 얘기 하겠다”는 입장만 밝혀왔다.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인 지 벌써 2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어찌 보면 행정상의 오류였을 뿐 애초 병역의 의무가 없는 손호영에게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병역입대를 강요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2년 전 그의 소속사가 밝힌 ‘대한민국 남아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한 약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는 손호영이 직접 자신의 의사와 향후 계획 및 절차를 밝혀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게 아닌가 싶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