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난 아직 초보연기자예요. 제 눈에는 제 연기의 단점만 보여요.”
지난해 여름 <포도밭 그 사나이> 촬영장에서 만난 윤은혜는 마치 놀란 토끼처럼 동글동글한 눈을 크게 뜨고 이렇게 말했다. 그 후 11개월, 새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돌아온 윤은혜는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단 세 작품 만에 시청자들에게 인정받는 연기자로 발돋움했기 때문일까. 그는 연기자로서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궁> 때는 갓난아기가 걸음마를 막 시작한 거였죠. <포도밭> 때도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어요. 세 번째는 조금 더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시청자들에게 뭔가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듭니다.”
연기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일까. 윤은혜는 이번 작품을 위해 긴 머리를 쇼트커트로 짧게 자르는 대담함을 보여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소녀장사’ ‘씨름소녀’ 등으로 불렸던 윤은혜는 이제 ‘비키니 수영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몸매 1위’로 등극할 정도의 날씬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이에 만족하지 못한 윤은혜, 이번엔 남장 여자 캐릭터로의 또 한 번 파격적 변신을 시도한다.
“언론으로부터 ‘예뻐졌다’라는 소리를 이제야 듣고 있는데 머리를 짧게 자르려니까 두려웠어요. 그러다가 머리는 자라면 되지만 좋은 작품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짧은 머리에 티셔츠와 청바지만 입고 촬영에 임하고 있는 윤은혜는 촬영 도중 여자 화장실을 갔다가 남자로 오인 받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여배우로서 이러한 주위 반응에 상처 받을 법도 한데 오히려 “남장 모습이 어울린다는 반증”이라며 환히 웃어보였다. “메이크업도 로션 하나만 바르면 되기 때문에 아침 잠을 더 잘 수 있어 좋다”며 싱글벙글이다. 뾰루지도 감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게 ‘고은찬’답다는 윤은혜의 생각.
“덕분에 파상풍 주사를 맞아가며 촬영하고 있어요. 원래 조심성이 없어서 그래요. 남장 여자라면 거친 모습도 선보여야 하고 그러다보면 다치기 마련인데 그런 게 싫었으면 이 역할을 맞지도 않았겠죠. 이젠 약한 척해도 스태프들이 안 봐줘요. 아예 남자 취급을 하거든요.”
거듭되는 변신으로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지만 단기 다이어트, 성형 등의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윤은혜는 “사실 제가 외모로 먹고 사는 여배우는 아니잖아요”라는 말로 모든 소문을 일축했다.
“살이요? 체중조절하고 그런 성격이 못돼요. 실제로도 <포도밭> 때와 비교해서 몸무게는 1~2kg 밖에 차이가 안 나요. 젖살이 조금 빠졌을 뿐이에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도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라고 담담히 말하는 윤은혜. 가수를 하면서도 가수라고 생각해본 적 없고 연기자를 하면서도 연기자라고 생각해본 적 없을 정도로 그는 겸손했다. ‘작품을 잘 고르는 배우’라는 수식어도 부담스러워했다.
“제가 지금 어떤 역할을 해야겠다고 고르기보다는 어떤 역할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가 관건인 것 같아요. 솔직히 연기자로서 제가 인정받은 건 아니잖아요. 이제부터 인정받아야하는 거죠.”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