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연이 워낙 불황이라 조심스럽게 6회만 예매를 시작했는데 첫날 매진돼 2회, 4회, 다시 2회를 추가하다 보니 총 14회가 모두 매진돼 저희도 놀라고 있어요.”
‘다행이다’가 실린 이적의 솔로 3집 앨범 <나무로 만든 노래>는 군더더기와 장식이 빠진 담백한 노래들이 실려 있다는 게 기존 앨범과의 차이점이다. 사적이고 일상적인 가사를 주로 사용했다는 부분도 사회비판적이던 기존 앨범과 차이점을 갖는다. 이적은 이번 앨범이 ‘진정한 이적 음악의 시작’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단연 히트곡은 ‘다행이다’로 이적은 “이 노래가 소극장 콘서트와 잘 어울리는 분위기라 이번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게 된 것 같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다행이다’는 사실 앨범에 수록될 곡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어느 날 아침 문득 멜로디가 떠올라 거기에 가사를 붙여 만든 노래예요. 가사를 쓰며 여자 친구 생각을 했고 곧바로 전화를 걸어 ‘다행이다’를 들려줬어요. 앨범에 수록할 노래가 아닌 너만을 위해 만든 노래라며. 본격적인 녹음이 들어간 뒤 녹음 시간이 빌 때 가볍게 ‘가이드 보컬’로 이 노래를 녹음했는데 그때 놀러왔던 김동률이 너무 좋다며 계속 앨범에 넣으라고 얘기해 실리게 됐죠.”
결국 ‘다행이다’는 이적의 애인에 대한 사랑으로 탄생해 친구 김동률의 우정 덕분에 이번 앨범에 실린 셈이다. 자기만을 위한 노래로 알고 있던 ‘다행이다’가 앨범에 실려 많은 이의 사랑을 받게 된 뒤 애인의 반응은 어땠을까.
“처음으로 친구들이 자기를 부러워한다며 좋아하더라고요. 자기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는 게 알려지면서 주위에서 부럽다는 얘기를 많이 듣나 봐요.”
가수 이적은 노래 외에도 다양한 창작 방식으로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소설집 <지문사냥꾼>을 출간해 베스트셀러에 올리는 기염을 토해 화제가 됐는데 벌써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되고 있다. <지문사냥꾼>에 실린 이야기 중 하나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가 하면 뮤지컬로도 탄생할 예정이다.
“평소 음악과 문학에 모두 표현 욕구가 강했는데 가사로 담아낼 수 없는 이야기들을 묶어 소설집으로 엮어낸 것”이라 얘기하는 이적은 요즘 가요계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싱어 송 라이터이기도 하다.
“요즘 후배 가수들을 보면 나날이 실력이 좋아져 기분이 좋아요. 댄스 그룹 가수들도 가창력이 뒷받침돼 예전처럼 립싱크를 하진 않잖아요. 아쉬운 건 가요계가 너무 분업화되다 보니 싱어 송 라이터 계보가 끊겨간다는 부분이에요. 직접 가사를 써서 곡을 붙이고 노래까지 불러 자기만의 세계를 온전히 보여주는 가수가 줄어들고 있어요. 음악하는 사람들의 작가주의가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쉬워요.”
앞으로도 한동안 이적은 바쁘게 지낼 예정이다. 우선 소극장 콘서트에 최선을 다하며 꾸준히 이번 앨범 활동을 이어갈 예정. <지문사냥꾼>을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해야 하고 내년쯤 또 다른 소설집도 출간할 예정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