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야! 이거 놓고 얘기하지 못해?” 한 세트장에서 수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발원지를 찾아가보니 수애를 가운데에 두고 이정진과 이태성의 몸싸움이 한창이다. 두 사람을 말리던 수애는 거칠게 이정진을 밀어내며 또 다시 벌컥 화를 낸다.
지난 10일 양주 MBC 문화동산에서 진행된 새 주말드라마 <9회말 2아웃>의 촬영 장면이다. 드라마에서 서른 살 사춘기를 겪고 있는 노처녀 ‘홍난희’로 분한 수애는 이날 터프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진짜 수애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욕하는데 어설프면 재미없잖아요.” 촬영 현장에서 만난 수애는 홍난희 역에 푹 빠져있었다. 수애가 연기할 홍난희는 주체 하지 못하는 식탐을 지닌 노처녀. 그동안 단아한 이미지의 수애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이지만 그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드는 눈치다.
“청순한 이미지가 무너지는 게 걱정이기보다는 저로 인해 홍난희라는 인물이 실감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죠. 난희는 욕을 하잖아요. ‘수애도 욕을 하는 구나’라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은데 아직 욕하는 게 어색해요. 그래도 하고 나니까 속은 시원하더라고요.”
수애가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데뷔작 <학교2>부터 드라마 <4월의 키스> 영화 <가족>까지 그는 꾸준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러브레터> <해신> <그 해 여름> 등을 통해 청순한 모습이 더 부각됐을 뿐.
오랜만에 만난 수애는 예전 누가 말만 걸어도 얼굴이 발갛게 달궈지던, <그 해 여름>에서 함께 연기한 이병헌이 말이 너무 없다고 불만을 호소했을 만큼 조용한 배우가 아니었다. 대체 수줍어하던 그 성격이 어디 갔냐고 묻자 환한 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여전히 수줍어요. 그래도 홍난희를 연기하다 보니까 연하남한테 눈이 가기도 하고 그러네요.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인 것 같기도 하고.”
홍난희를 통해 시련에도 버틸 수 있는 꿋꿋함을 배우고 있다는 수애. 그의 파격 변신이 기대되는 건 홍난희와 배우 수애의 성장이 맞물렸기 때문이 아닐까. 그를 촬영장으로 떠나보내며 비록 극중이지만 서른 살이 된 기념으로 ‘수애가 바라보는 서른’에 대해 질문했다.
“평범한 삶이요. 수애도 화내고 욕한다? 뭐 그런 거(웃음)”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