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MBC <김치치즈스마일>에 출연해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정수영.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수영 씨 인터뷰해? 최고로 예쁘게 찍어줘요.” “수영 씨 장점이요? 사람이 완벽해요.” 지난 9일 저녁 정수영을 인터뷰하기 위해 MBC 스튜디오에서 들어서자마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스태프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조명을 켜야 사진이 예쁘게 나올 텐데….” 혹 정수영의 사진이 못 나올까 어두운 조명을 걱정해주는 스태프도 있었다. 극중 딸로 나오는 아역배우 박유선은 정수영을 보자마자 ‘엄마’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따른다. 스태프들의 칭찬에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던 정수영은 “지금 칭찬한 사람들 전부 밥 리스트에 이름 올리라”는 농담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새침한 이미지와 달리 인간 냄새나는 그를 엿볼 수 있었다.
“제가 인복이 있어서 그래요. <환상의 커플> 때도 그랬고 촬영장에서 좋은 사람들만 만나는 거 있죠. 그래서 스태프들과도 허물없이 지낼 수 있어요. 어? 아닌가? 내가 뭘 잘 사서 그런가?(웃음)”
정수영은 ‘인기 많다’는 칭찬에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지만 촬영장에서 그의 인기는 스태프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그는 신구 김을동 선우은숙 이혜영 등 대선배들의 예쁨도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후배들에게 엄하기로 소문난 신구는 그에게 든든한 아버지 같은 존재. 김을동은 혹 끼니를 거를까 꼬박꼬박 밥을 챙겨주는 어머니 같은 선배다. 까마득한 후배가 대선배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예의바른 살가움. 정수영 매니저는 “보통 후배들은 선배가 무서워서 접근도 못하는데 수영 씨는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얘기를 한다. 거리낌없이 자연스럽게 대하니까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공개했다.
“다들 너~무 좋은 분들이세요. 제가 사실 TV로 데뷔한 게 채 1년이 안 되다 보니 촬영을 하다가 카메라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고 그래요. 촬영 내내 어찌나 혼나는지 선배들이 제 모습이 안쓰러우셨던 거죠. 저한테는 카메라 워크부터 하나하나 다 지도해주세요. 선배들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배울 게 많은데 직접 가르침도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선배 연기자 얘기가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칭찬을 늘어놓는 정수영의 모습에는 가식을 볼 수 없었고 아부하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예의가 바를 수는 있지만 그처럼 몸짓 하나, 말투 하나에 마음을 담기는 쉽지 않은 법. 정수영의 이런 태도는 성장 배경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저희 집은 4대가 함께 살았어요. 요즘 세대에서는 쉽지 않은 일인데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저를 포함한 5형제가 한 집에서 바글바글 살았어요. 집안에 어른들이 많으니까 예의가 가장 중요했고 아마 그게 몸에 밴 걸 거예요. 지금은 그게 밑거름이 돼서 절 지탱해주고 있고요.”
정수영은 대가족 성장 배경에 이어 160cm의 ‘김치’같은 아버지, 170cm의 ‘치즈’같은 어머니의 ‘10cm 키 극복 사랑 이야기’도 공개했다. 성격 차이, 키 차이를 극복한 위대한 두 분의 사랑 덕분에 자신은 토속적이고 보수적인, 서구적이고 개방적인 두 가지 면을 모두 가지고 태어날 수 있었다고. 그가 보수적인 집안과 서구적인 집안의 이야기를 그린 <김치치즈스마일>에 캐스팅된 건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된장국 없으면 밥 먹은 것 같지 않을 때는 ‘김치’인데 무대 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을 때는 ‘치즈’ 같고. 두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게 연기자로서는 행운인 거 같아요. 행운을 얻었으니 제가 할 일은 하늘에서 주신 이 재능을 썩히지 않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데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믿어요. 연예인이요? 전 앞으로 쭉 배우이고 싶네요.”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