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3년 5월 <일요신문>과 인터뷰하던 심형래 감독. | ||
이같이 예상을 뛰어 넘는 흥행 돌풍을 가능케 한 <디 워>의 저력은 무엇일까. 영화 <디 워>를 둘러싼 궁금증들을 들여다본다.
@1000만 관객 신화 가능할까
거센 흥행 돌풍이 몰아치고 있다. 개봉 10여 일 만에 4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디 워>는 이제 서서히 1000만 관객 신화 창조를 향해 기록 행진을 하는 중이다. 투자 배급사인 쇼박스의 김태성 홍보부장은 “아직 1000만 관객까지 얘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도 “네티즌의 힘이 영화의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네티즌의 힘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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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만 관객 신화 창조를 위해선 영화를 잘 만드는 것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극장을 자주 찾지 않던 연령층을 끌어 들이거나 <괴물>과 <왕의 남자>처럼 마니아 관객층의 ‘다시 보기’ 운동이 절실하다.
우선 <디 워>는 아동층의 절대적인 지지와 더불어 심형래 감독을 지지하는 40~50대 관객의 힘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은 영화 주요 관객층인 10대 후반과 20대 관객의 반응이 그리 뜨겁지 않다는 것. 영화평론가 이익형 씨는 “애국을 내세운 감성주의에 20대 관객들이 동요하지 않고 있다”라며 “젊은 관객들 가운데 ‘다시 보기’도 마다하지 않는 마니아층이 형성되지 않으면 1000만 관객 동원이 힘들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희망은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지지에 있다. 언론과 영화인의 계속된 <디 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오히려 네티즌들의 <디 워> 사랑으로 이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흥행 돌풍의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는 것. 결국 이런 네티즌들이 영화 자체에도 만족해 마니아 관객으로 거듭나 ‘다시 보기’ 열풍이 부느냐가 1000만 관객 신화 수립의 잣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 배우들은 왜 모두 신인일까
<디 워>가 갖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한국 고유의 전설을 소재로 삼았다는 부분이다. ‘용’이 되기 이전 단계인 ‘이무기’가 영화의 주된 소재인데 이는 한국 전설에만 존재하는 대상이다. 이에 따라 영화는 초반부에 ‘이것은 한국의 전설이다’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또한 500년 전인 1507년경의 조선시대가 영화에 등장한다는 부분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미국에서 개봉하는 영화에 한국 전설을 비롯해 500여 년 전 한국의 모습, 그리고 한국어가 등장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심형래 감독 역시 “미국에 개봉되는 동양 영화는 대부분 중국과 일본 영화로 한국은 늘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게 안타까웠다”고 얘기하며 <디 워>의 미국 개봉 의미를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 촬영 분량에 비해 한국 촬영 분량의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 조선시대 전투 장면이 다소 어색해 보이는 것과 달리 LA 전투신은 <디 워> 최고의 장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밀리터리전문가 김세랑 씨는 “LA 전투신에는 미군이 사용하는 탱크 장갑차 지프차 등이 동원돼 사실적이라는 표현을 뛰어 넘어 실제 미국 군대의 모습이라 얘기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라고 말한다.
반면 조선시대 전투 장면은 CG와 실사 장면의 차이가 너무 명확히 드러나 장면과 장면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배우들 역시 연기가 다소 어색하다. 조선시대 장면의 두 주인공인 민지환과 반효진은 모두 자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배우들이다. 연기력이 검증된 유명 배우의 출연이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 촬영분 제작비 절약을 위해 신인을 캐스팅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당시 심형래 감독은 “재능 있고 신선한 배우를 선발해 세계적인 스타로 키우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영화 <디 워> 홍보 과정에서 이들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
▲ <디 워> 영화의 한 장면. | ||
영화 <디 워>의 흥행 성공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역시 홍보 마케팅이었다. 홍보 마케팅 비용은 여느 대작들과 비슷한 수준. 쇼박스의 김태성 홍보부장은 “총 40억~50억여 원의 예산이 책정됐는데 이는 홍보 마케팅 비용에 프린트 비용을 포함한 금액”이라며 “영화 <괴물>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괴물> 당시와 비슷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괴물>은 평단과 언론의 고른 호평이 홍보에 큰 힘이 되어주었는데 <디 워>는 평단과 언론의 비판적인 시각을 딛고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에는 제작자이자 감독인 심형래 감독의 힘이 컸다. 인기 개그맨답게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률 열풍을 일으켜 이를 영화 흥행 돌풍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개그맨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재치와 입담은 기본, 영화 제작 과정의 고생과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의 어려움을 얘기해 시청자의 감성까지 자극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
이런 감성주의 홍보 전략은 영화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는 심형래의 편지로 완성된다. 이렇듯 감성주의와 애국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심형래 감독의 홍보 전략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문제 제기를 한 이들이 네티즌의 역공을 받을 정도로 여론은 심형래 감독에게 기울어져 있다.
현재 심형래 감독은 ‘학력 위조 논란’이 불거진 뒤 홍보를 위한 언론 인터뷰를 중단한 상황이다. 제작사인 (주)영구아트 역시 <디 워>와 관련된 언론사의 취재 요청을 일체 거절하고 있다. 심지어 언론의 <디 워>에 대한 평이 좋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인터뷰 및 취재 요청을 거절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다보니 이런 심형래 개인기에 의존한 홍보가 곧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손익분기점 넘길 수 있을까
<디 워>는 순수 제작비만 300억 원이 들어간 블록버스터다. 이로 인해 <디 워>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아니 영화가 공개된 뒤에도 개봉 전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만약 300억 원이 투자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이는 한국 영화계에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느 영화라면 1000만 관객 신화가 이뤄질 경우 엄청난 수익이 생기겠지만 <디 워>는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이다. 1장에 7000원인 극장 입장료 가운데 극장 몫과 각종 세금을 공제한 뒤 남는 3000원가량이 투자·제작사의 몫이므로 1000만 관객이 들어야 300억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그런데 <디 워>는 미국 흥행 수익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배급사 프리스타일의 기존 흥행 성적과 개봉되는 스크린 수(1500개)를 놓고 볼 때 첫 주에만 최대 500만~600만 달러가량의 수입이 가능하다. 둘째 주부터는 스크린 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지만 첫 주 성적이 심각한 참패만 아니라면 극장 수익에 DVD 등 부가 수익을 더해 3000만 달러가량을 벌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한국 시장에서 1000만 관객이 들고 미국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한다면 <디 워>는 300억 원의 제작비를 회수하고도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사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과의 수익 분배를 마치고 나면 제작사인 (주)영구아트에 돌아가는 몫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세계적 수준의 CG를 선보이며 흥행에도 성공해 차기작의 제작 기반을 닦고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