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인터뷰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필자를 ‘한증막’으로 내몬 주인공은 바로 인터뷰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배우 양동근이다. 인터뷰는 적어도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앉아서 진행하는 게 불문율이다. 그런데 이날따라 양동근이 유독 서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출연배우 4명의 의자를 정렬해놓고 카메라와 조명의 위치까지 세팅해 놓은 제작진이 무척 당황해 하며 양동근과 협상을 시작해야 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양동근이 끝까지 서서 인터뷰하겠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남자배우 두 명은 서고 여자배우 두 명은 앉은 상태에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양동근이 어떤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리포터를 당황케 했던 것(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는 질문을 듣고 무척 오래 생각을 하는 스타일이라 한다). 다행히 다른 배우들의 기지와 재치로 어렵게 인터뷰를 마무리지었지만 방송을 위해 필자와 제작진은 다시 회의에 돌입해야 했다. 명색이 양동근이 주인공인데 인터뷰 내용을 돌려보면 방송될 게 너무 없었던 탓이다. 결국 우리는 양동근에게 다시 양해를 구하고 일대일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 두 번째 인터뷰는 더욱 더 깊은 산으로 향하고 말았다. 양동근 자신도 첫 번째 인터뷰가 신경 쓰였는지 필자와의 단독 인터뷰에선 아주 사소한 질문에도 장황한 대답을 늘어놓으며 필자를 오락가락하게 만들었다. 특히 두고두고 잊지 못할 장면은 클로징 멘트 순간. 필자가 “오랜만에 출연하는 드라마 많이 사랑해달라고 시청자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해주세요~” 라고 부탁하자 갑자기 얼굴색이 변한 양동근은 “끝인사는 못 하겠다”며 일어서는 게 아닌가. 이유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 필자는 양동근(왼쪽), 김민희와 인터뷰하면서 진땀을 뺐다. | ||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인터뷰하기 힘든 대상은 여배우 H다. 그와의 인터뷰가 어려운 까닭은 그가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아 한국어가 서투르다는 부분 때문이다. 특별히 인터뷰를 꺼리는 것은 아니지만 H는 질문의 요지를 잘못 알아듣는 것으로 유명한 연예인이다. 심지어 담당 매니저가 “노련한 리포터만이 그를 리드할 수 있지 초보 리포터들은 백이면 백 인터뷰가 삼천포로 빠진다”고 얘기할 정도.
필자의 실제 경험담인데 작품 출연 계기와 맡은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했더니 느닷없이 자신의 성형수술 의혹에 대한 해명이 답변으로 나오기도 했다. 사실 기대하지도 않던 대답이라도 뉴스 가치만 높으면 좋은 일이지만 인터뷰 내내 상대방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부분이 얼마나 리포터를 불안에 빠지게 하는지.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청자들이 만나고 싶은 연예인들과의 인터뷰를 완성시키는 게 바로 우리 리포터들의 지상과제이니.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