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재발 그리고 별거
김주승에게 암의 어두운 그림자가 처음 드리운 건 지난 97년이다. 다행히 병세가 호전돼 2000년 드라마 <형제의 강>을 통해 컴백했지만 다시 병세가 악화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김주승은 그후 건강을 회복해 2003년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을 맡으며 현업에 복귀했다. “직위를 이용해 캐스팅을 따낸다는 오해를 피하고 싶다”며 방송 활동을 중단한 김주승은 2년 임기를 채운 뒤 드라마 <그녀가 돌아왔다>로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같은 해 드라마 외주제작사 디지털돔을 설립한 김주승은 드라마 <나도야 간다>를 제작해 호평을 받았으며 음식점, 탈모제 회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또 다시 암이 재발한 것은 2006년 가을. 비슷한 시기 김주승은 부인 김신아 씨와의 관계가 악화돼 별거를 시작하게 된다. 이즈음 ‘최근 신장암 재발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김주승이 병약해진 모습을 보이기 싫다며 집을 나가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는 내용을 접한 <일요신문>은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 이들 부부가 별거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김주승은 가족과 떨어져 동료 탤런트 최 아무개 씨의 집에 기거했는데 중병설에 대해선 부인 김신아 씨, 디지털돔 관계자, 동료 탤런트 최 씨 등이 모두 강하게 부인했었다. 빈소에서 다시 만난 디지털돔 관계자는 “형님(김주승)이 몸이 아프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혼…본격적인 투병 생활
지난 1월 김주승은 성격 차이를 이유로 결혼 17년 만에 부인 김 씨와 합의 이혼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이 서둘러 이혼할 리 없다’는 이유로 중병설은 시들해졌지만 당시 김주승은 상당히 힘겹게 암과 싸우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부부의 한 측근은 “이혼을 위해 두 사람이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당시 김주승의 얼굴이 너무 심하게 부어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면서 “워낙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라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어 주위와 연락을 끊고 홀로 투병 생활을 한 것 같다”고 얘기한다.
▲ 지난 2005년 <그녀가 돌아왔다>에 출연했던 김주승. 안타깝게도 이 작품이 그의 마지막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 ||
@임종 임박 조용히 마무리
김주승의 측근들에 의하면 한 달 전부터 그가 임종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그 즈음 자신이 설립한 회사 디지털돔을 정리한 김주승은 거처도 한남동 소재의 집으로 옮겼다. 8월 초에는 미국에서 어머니가 귀국해 막내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병세가 악화돼 집 인근의 순천향대학병원에 입원한 김주승은 결국 8월 13일 오전 8시경 숨을 거뒀다. 임종은 어머니와 평소 각별했던 디지털돔 관계자가 지켰다. 빈소는 부천 석왕사에 차려졌으나 유가족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김주승의 동료 탤런트는 물론이고 형제들에게도 그 사실을 전하지 않았을 정도. 심지어 전 부인 김 씨와 외동딸에게도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빈소에서 만난 김주승의 측근들은 전 부인과 처가에 대해 상당한 유감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그의 마지막 발길이 조용히 이뤄진 까닭은 우선 고인의 뜻에 따라서였다. 김주승은 자신이 숨을 거뒀다는 사실조차 세상에 알리는 것을 꺼려했다고 한다. 또한 막내 아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조문객도 받지 않았다.
고인의 지인들은 평소 그가 정이 많고 겸손했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회상한다. 이런 성격 탓에 그는 마지막 가는 길도 조용히 혼자 준비했던 게 아닌가 싶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