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연예인의 대표적인 밤 문화 무대는 단연 나이트클럽이다. 그리고 나이트클럽의 꽃은 애프터를 염두에 둔 ‘부킹’이다. 그런데 요즘 연예계에 ‘꽃뱀주의보’가 발효됐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개그맨 양 아무개 씨가 성폭행 사건에 휘말린 일이다. 물론 양 씨 사건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원나잇스탠드 과정에서 벌어진 것도 아니고 아직 혐의 사실에 대한 유무죄의 판단이 내려진 상황도 아니므로 기존의 ‘꽃뱀’ 사건과는 차이가 크다.
그렇지만 이 같은 성 관련 사건만 발생해도 일부 남자 연예인들 사이에선 미리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꽃뱀 주의보’가 내려지곤 한다. 남자 연예인들의 성 관련 사건들은 하나같이 남자 연예인이 일반 여성과 야심한 시각에 함께 있다가 벌어진 것들. 그러다 보니 유사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남자 연예인들이 일반 여성과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는 장소인 나이트클럽 출입을 자제하곤 하는데 이를 두고 ‘꽃뱀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나이트 출입이 줄어들었을 뿐인데 이를 두고 거창하게 ‘꽃뱀주의보’라는 호칭이 붙은 이유는 그만큼 평소 적잖은 남자 연예인들이 나이트클럽에 빈번히 출입하고 이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 또한 많기 때문이다.
‘수질’을 중요시하는 나이트클럽 입장에서 연예인의 존재는 ‘일급수’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지간한 나이트클럽이라면 으레 ‘연예인 룸’을 별도로 빼 놓고 술값까지 30%가량 할인해주며 연예인의 왕림을 기다린다. 연예인의 유명세는 부킹이 손쉽게 이뤄진다는 ‘장점’으로 연결된다. 웨이터들이 외모가 출중한 여성들을 골라 부킹을 해주는 데다 여성들이 쉽게 호감을 보이기 때문. 부킹 온 여성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한 번 연예인이 있는 룸에 들어오면 어지간해선 나가려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것.
통상 나이트클럽에서 원나잇스탠드로 가는 과정은 “나가서 밥 먹으러 가자”는 말로 꾀어 간단하게 소주를 한 잔 더 한 뒤 “늦었고 피곤한데 자고 가자”는 말로 완성된다. 그런데 연예인의 경우 부킹한 여성들이 먼저 “배고프다” “피곤하다” 등의 얘기로 작업을 걸어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심지어 다른 연예인이 있는 룸에 갔다온 얘기를 들려주면서 “방금 연예인 누가 너무 들이대 키스 당하고 왔다”는 말로 연예인을 자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 개그맨은 “내가 보기에 연예인이 나이트클럽에서 부킹한 여성과 함께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열에 두셋 정도”라며 “여성들이 먼저 들이대면 오히려 연예인이 피하는 편이다. 반면 새벽 서너 시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면 인연이란 생각도 들고 해서 부킹한 여성과 함께 나가곤 한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애프터’가 곧 당일치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남자 연예인들 중 유흥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선 개그맨 양 씨 사건 이후 꽃뱀주의보가 한창 발효 중이다. 강남 소재 M 나이트클럽의 한 웨이터는 “이런 일이 있으면 연예인의 발길이 뜸해진다. 행여 오더라도 ‘당일치기’는 최대한 피하려 한다”면서 “사실 평소에도 연예인들이 ‘당일치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참 놀다보면 그런 생각이 덜해지는 것 같고 그럴 마음이 들 만큼 뛰어난 여성을 부킹시켜주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한다.
놀라운 것은 사법기관에 신고가 접수된 사건 외에도 남자 연예인의 부킹과 관련된 말 못할 사건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꽃뱀’에게 물려 ‘속앓이’를 하는 남자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 꽃뱀들은 ‘성폭행으로 신고하겠다’ ‘나와의 관계를 소문내겠다’ 등의 말로 협박해 연예인으로부터 돈을 뜯어낸다고 한다. 실제로 나이트클럽 웨이터들 사이에서 이와 흡사한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M 나이트클럽 웨이터는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여성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잘 놀기보다는 수수하면서도 새침하며 얘기를 잘 들어주는 여성이 인기를 끈다”면서 “연예인을 노리는 꽃뱀들도 그 점을 파고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혀 꽃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여성이라 깜빡 속았다가 며칠 뒤 울음 섞인 협박 전화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연예인 킬러 꽃뱀’이라 소문난 한 여성이 나이트클럽 웨이터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적도 있다고 한다.
남자 연예인도 일반인과 똑같은 사람인 만큼 유흥업소를 찾야 여흥을 즐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즐기는 데도 상식과 절제가 필요한 게 공인으로서의 숙명이라면 숙명. 유흥에도 ‘지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