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전쟁’ 밀리면 치명상
포문은 천 의원이 열었다. 그는 지난 12일 “오픈프라이머리의 법제화는 위헌”이라며 “양당(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대표는 헌법마저 무시하는 정략적 야합을 중단하라”며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문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빅딜 제안에 대해 “두 정당 대표 간의 행위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서라면 입법기관이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헌법마저 무시하겠다는 처사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고 공격했다.
친노(친노무현)계 내부는 격앙됐다. 문 대표 측근인 김태년 의원은 “국회가 어떻게 위헌이 뻔한 법을 만들겠느냐”며 “허위사실로 ‘정략적 야합’ 같은 험악한 용어를 쓰며 비난하는 건 참으로 듣기 민망하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당 한 관계자는 “천 의원이 왜 뜬금없이 문 대표를 공격하겠느냐”며 “호남 신당을 만들려는 천 의원이 최근 문 대표의 호남 행보가 가속하자, 이를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묘하게 시기가 겹친다. 호남지역 의원 17명은 지난 8일 호남에서 ‘육전 회동’을 가졌다. 이후 문 대표는 지난 10일과 12일 전북과 전남 의원들을 잇달아 만나며 당의 원심력을 꺾는 데 주력했다. 그러자 천 의원은 불과 3시간 뒤인 오후 3시 30분께 문 대표가 한때 오픈프라이머리를 위헌으로 규정한 것을 거론하며 “지금이라도 빅딜 협상이 더 진행되기 전에 자신의 헌법 해석을 바꾼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 안팎에서 ‘문재인 대 천정배’의 대립구도를 총선 룰 전쟁이 아닌 ‘호남 전쟁’으로 부르는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이들의 싸움은 공천 룰 등 헌법적 가치 논쟁이 아니라, 야권 내 권력구도를 포장한 이전투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현재 야권발 정계개편의 흐름은 천정배 신당을 비롯해 △박주선 의원의 비노 신당 △전남 원외그룹(박준영 전 전남지사) △전북 원외그룹(정동영 전 장관·장세환 의원) △새정치연합 원로그룹(정대철·이용희 상임고문) △당산동 그룹(염동연 전 의원) △민주당(김민석 전 의원) △전직 당직자 및 당원 그룹(정진우 전 사무부총장) 등이 있다.
이들을 누가 포용하느냐에 따라 야권발 정계개편이 ‘제로섬 게임이 될지, 포지티브섬 게임이 될지’ 결정된다. 한 평론가는 “천정배 신당이 구체화되면 이들이 싸움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며 “문 대표가 이기면, 천정배 신당은 ‘호남의 자민련’으로 전락한다. 반대의 경우 문 대표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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