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하 하면 ‘뉴스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길 바란다는 김 앵커. 나이 80이 돼도 방송기자로 남고 싶다고 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바쁘시죠.
▲정신없어요. 숨 돌릴 틈도 없네요.
―그럴 것 같아요. 기자에 앵커에, 하나도 하기 힘든데 어떻게 두 가지를 병행하나요.
▲뉴스가 좋아서요(웃음). 처음에는 앵커가 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까 제가 ‘뉴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뉴스 언저리에 있기보다는 그 속에 들어가서 제대로 알자’라고.
―개인적으로 갖는 심적 부담이 크겠어요.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선 안 되잖아요.
▲얼마 전에 취재를 나갔는데 전문가 얘기를 더 듣고 싶은 거예요. 늦을 걸 각오하고 취재를 강행했다가 혼쭐이 났어요. 기자로서는 옳은 행동이었지만 앵커로서는 무책임했으니까요. 국장님, 부장님한테 혼날 걸 임대호 선배(현 독일특파원)에게 혼나는 걸로 끝나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김 앵커는 안팎으로 사랑받고 있네요.
▲그렇지 않아요. 그분(임 선배)에게만 사랑받고 있죠(웃음).
―대중은 김주하 앵커를 이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으로 꼽는 걸요.
▲무슨 소리, 아직 멀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앵커는 뉴스에 대해서 속속들이 다 아는 앵커예요. 취재를 어떻게 하는지, 기사를 어떻게 쓰는지 말이죠. 방송을 통해 나가는 뉴스는 기자가 취재해온 내용의 1/3밖에 안 되잖아요. 기자와 앵커 병행이 힘들지만 제가 진짜 원하는 앵커가 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앵커가 꿈이었다면 처음 기자로 일을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은 안 하나요.
▲자랑이 아니라 처음 전직을 했을 때 스트레이트 기사는 곧잘 쓴다는 평을 받았어요(웃음). 그동안 뉴스를 진행하면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것들이 제 안에 쌓였던 거죠. 제 인생에서 단 한순간도 낭비된 게 없었어요. 여러 경험들이 지금의 절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주하 앵커는 1997년 아나운서로 MBC에 입사한 뒤 박영선 손석희 김현경 백지연 등의 선배들처럼 기자로 전직했다. 김 앵커는 2004년부터 보도국 사회부에서 기자로 뛰어왔으며 출산 후에는 국제부를 거쳐 문화부 기자로 활동 중이다. 현재 일주일에 5일은 기자로, 나머지 2일은 앵커로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다.
―기자 생활은 어떤가요. ‘김주하여서’라는 장점도 있겠지만 ‘김주하이기 때문에’라는 단점도 있을 것 같아요.
▲알려져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 있어요. 제가 가면 자료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고 먹을 것도 손에 쥐어 주시니까. 다만 너무 친절해서 부담스러울 때가 있죠. 제가 보통 밤 12시에 귀가하는데 씻고 자리에 누우면 새벽 1시쯤 되거든요. 그런데 가끔 새벽 2시에 전화해서 소식을 알려주는 분들이 계세요. 다음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 저에게는 조금(?) 부담이죠.
―현장에서 다른 기자들로부터 ‘시샘’을 받거나 하진 않나요.
▲하하. 유명세로 취재원과 가까워지는 건 한계가 있어요. 저도 기자 생활하면서 친해진 몇몇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과는 ‘오라버니’ ‘동생’ 하면서 가깝게 지내요. 그렇다고 ‘김주하’라는 이름 때문에 그분들과 가까워진 건 아니거든요. 그쪽에서 도움을 청하면 사심 없이 도와주고 저도 솔직하게 도와달라고 하고 그러다보니까 친해진 거죠.
―이런 오해를 받는 것도 김 앵커가 ‘연예인’이라는 인식이 강해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러니까요. 연예인이 아닌데…. 전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웬만하면 하려고 해요. 인터뷰 섭외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까요. 기자들을 만나도 동일한 입장에서 얘기하고 싶은데 그분들이 절 연예인으로 대할 때 좀 당황스럽죠. 제가 재고 바쁜 척하는 성격도 아니고. 사실 그러는 것도 웃기고요. 차일피일 미루면 오히려 부담이 돼서 언제 언제 시간이 된다고 말해요. 시간 맞으면 인터뷰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죠.
―딱 기자네요.
▲그러게요(웃음).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까 김 앵커도 안티 팬이 있더라고요.
▲세상에 100% 좋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에게는 나쁜 사람이라는 소릴 들어야 진짜 ‘좋은 사람’이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싫어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겠죠. 남들에 비해 싫어하는 사람이 적다고 표현할지 몰라도. 전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만약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이를 악물고 일해왔으면 그런 소릴 들을 만해요. 하지만 전 일이 좋아서 열심히 한 거예요. 굉장히 행복한 일이죠.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더니 박수를 받는데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웃음).
―하지만 일을 위해 포기한 부분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많이 포기했죠. 특히 가족, 엄마의 삶도 포기하고…. 요즘 들어 출근하려고 하면 아이가 바지를 붙잡고 안 놔줘요. 아이 할머니가 애정결핍이라고 하는데 마음에 확 와 닿더라고요. 남편과 아이에게는 많이 미안해요.
지난 2004년 결혼식을 올린 김주하 앵커는 슬하에 1남을 두고 있다. 성공한 사회인으로 꼽히는 덕분에 ‘슈퍼맘’이라는 칭호도 달았지만 그는 자신을 부족한 아내이자 엄마라고 했다.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김 앵커. 그래도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다며 웃어 보인다.
―사실 김 앵커가 결혼할 때 왠지 모를 배신감이 느껴지던데요.
▲하하. 제 친구도 그랬어요. “넌 결혼 안 할 줄 알았다”고 그러더라고요. 사실 남편과도 전직한 후에 만났으면 아마 결혼 못 했을 거예요. 만날 시간이 있어야 정이 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