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훈 | ||
SM엔터테인먼트와 김지훈의 불공정 계약은 200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아 H.O.T 신화 등 인기가수를 양성하며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로 자리매김한 SM이 연기자를 양성하기 위해 김지훈을 포함한 ‘SM 연기자 1기’를 발탁한 것. 김지훈은 예전 인터뷰에서 “계약할 때는 곧 데뷔해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잘못된 결정임을 깨달았다”고 말한 바 있다. SM이 가수 지망생들에게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연기자 지망생들에게는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
결국 김지훈은 2004년 12월 SM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다음해 9월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에 따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 기각되자 김지훈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SM도 김지훈을 상대로 ‘위약금 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면서 지금까지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김지훈의 손을 들어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SM은 김지훈과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세부 조항으로 계약 기간을 ‘첫 영화와 드라마 조연급 이상의 배역으로 출연한 첫 작품 이후 5년째’로 설정하고 계약을 어길 경우 총 투자금액의 5배와 남은 계약기간 동안 예상되는 이익금의 3배, 별도의 손해 금액 1억 원을 배상하는 조항을 포함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전속 계약기간이 계약 시점으로부터 3~5년, 계약기간 중 해지를 통보했을 경우 위약금 2~3배를 내는 것에 비해 SM의 계약이 지나치다는 것. 공정위는 “업계 관행에 비해 위약금이 많고 기획사가 자의적으로 계약기간을 늘릴 수 있어 연예인의 활동 기회를 잃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시정 명령을 받은 ‘SM 계약’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예전 SM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관계자는 계약 내용에 대해 대답을 꺼려했지만 “지금 (공정위를 통해) 밝혀진 조항들은 사실”이라고 확인시켜줬다. 현재 계약사항이 어떻게 조정됐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근무할 당시만 해도 대다수의 연예인들이 ‘가수는 앨범 발매 후, 연기자는 조연급 역할로 작품에 데뷔 후 5년’이라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위약금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 SM엔터테인먼트의 계약에 불공정판결이 내려졌다. 왼쪽은 SM 대주주인 이수만. | ||
이러한 관계자들의 말이 사실일까. 수소문 끝에 만난 SM 연습생 출신 A 군은 “갓 데뷔한 신인이면 돈을 벌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고백했다. 익명을 요구한 SM 출신 연예인 B 군도 생활비 부담에 대한 질문에 “외적으로는 회사가 모든 걸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돈을 벌기 시작하면 상당 부분을 우리(연예인) 쪽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에 제동이 걸리는 부분도 이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또다른 SM 출신 연예인 C 군은 “다른 건 다 괜찮았지만 몇 번의 기회가 찾아왔는데 소속사에서 번번이 브레이크를 걸어 속상했다”고 고백했다. SM의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면 탄탄한 실력을 가질 수는 있지만 데뷔가 힘들고 활동 제약이 심해 오랫동안 활동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M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SM의 한 관계자는 “아티스트의 월급에서 생활비가 나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억지고 회사에서 모두 부담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느 소속사가 연예인 활동을 막으려고 하겠느냐”며 “신인들이 어렵다고 하지만 신인을 키우는 소속사도 힘든 부분이 많은데 이런 얘기가 나와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