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인(왼쪽), 김현주 | ||
애당초 연예계에 유독 예명이 많았던 까닭은 본명이 다소 촌스럽다거나 쉽게 입에 붙지 않아서였다. 지금이야 대부분 세련되고 예쁜 이름을 가졌지만 10~20년 전에만 해도 ‘김삼순’이 드라마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특이한 이름이 아니었다. ‘삼순’ 못지않은 이름들을 흔히 만날 수 있었던 것. 또한 여성에게 남성 이름에 가까운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연예인의 이름이 하나같이 세련되고 멋들어졌던 까닭은 예명을 사용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간추려보면 윤정희(손미자) 선우용녀(정용례) 주현(주일춘) 금보라(손미자) 김보연(김복순) 심혜진(심상군) 황신혜(황정만) 이본(이본숙) 김규리(김문선) 송승헌(송승복) 전진(박충재) 강타(안칠현) 하지원(전해림) 채정안(장정안) 지성(곽태근) 현빈(김태평)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유진작명연구원 유진 원장은 “과거 민간에서 작명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한자들 가운데는 그 뜻은 좋으나 부르기 힘든 것들이 많아 ‘부르기 편해야 좋은 이름’이라는 요즘 작명법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연예인은 부르기 편한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되며 이는 일반인에게도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시작된 연예계의 ‘세련되고 부르기 쉬운 이름’을 만들기 위한 예명 짓기는 가요계에서 더욱 본격화된다. 다른 분야와 달리 가수는 빠른 시일 내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요즘 활동하는 가수 가운데 절반가량이 예명을 사용하고 있고 가요계가 호황일 당시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았다”는 가요 관계자는 “신인 가수 데뷔 과정에서 강한 임팩트를 주고 오래 기억되는 특이한 예명을 짓는 게 매우 중요한 단계로 인식된다”라고 설명한다.
가장 절박한 사연은 이미 활동 중인 동명이인의 연예인(또는 유명인)이 있어 하는 수 없이 예명을 써야 하는 경우다. 먼저 데뷔한 영화배우 김민정 때문에 예명을 사용해야 했던 탤런트 김민과 <사랑과 전쟁>으로 불륜 전문 배우에 등극한 민지영, ‘복길이’로 유명한 탤런트 김지영과 이름이 겹쳐 예명을 사용한 한채영 김빈우 여성그룹 비티유의 지영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한가인(김현주) 주지훈(주영훈) 김수로(김상중) 이휘재(이영재) 아이비(박은혜) 김지우(김정은) 이특(박정수) 박시연(박미선) 하울(김동욱) 등도 같은 이유로 예명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동명의 연예인이 있을 지라도 본명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영화계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 황정민이 있다면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배우 황정민이 있다. <지구를 지켜라> <바람피기 좋은 날> 등에 출연하며 영화계로 활동의 폭을 넓혔지만 그대로 자신의 본명을 고집했다. 모델 이소라-가수 이소라, 영화배우 김태우-가수 김태우, 탤런트 이혜영-영화배우 이혜영 등도 대표적인 예인데 요즘에는 고아라(방효진)처럼 아예 왕년의 스타 이름을 예명으로 짓는 경우도 있다.
한편 특이한 사연으로 인해 예명을 갖게 된 연예인들도 있다. 송채환(권소연)은 자신이 출연한 <장군의 아들2>에서 맡았던 역할의 이름을, 타이푼의 솔비(권선미)는 할아버지가 화투 패 ‘솔’과 ‘비’에서 착안한 태명을, 공유(공지철)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한 자씩 더해 예명을 만들었다. 또한 채정안(장정안)은 평소 좋아하던 선배 연기자 채시라의 성을 자신의 이름에 붙여 부드러운 예명을 만들어냈고 진주(주진)는 ‘나중에 소시지, 햄 광고를 맡기 위해서’라는 박진영 대표의 농담이 예명으로 연결됐다. 그런가하면 하지원은 소속사 대표의 첫 사랑 이름을 사용했다. 또한 매니저가 주로 예명을 짓는 탓인지 매니저의 이름을 예명으로 쓰는 경우도 있는 데 장혁(정용준) 주진모(박진태)가 대표적이다.
황의경 연예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