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진 | ||
그 주 월요일은 흔치않게 취재 아이템이 2개나 잡혀있는 날이었다. 첫 번째는 김아중의 CF 촬영 현장, 두 번째는 이미연의 잡지 화보 촬영 현장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오전에 김아중의 촬영 현장에서 사이드 인터뷰를 틈틈이 따낸 뒤 점심시간에 정식 인터뷰를 마치는 것. 그래야만 오후 시간에 이미연의 촬영 현장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촬영이 지연되기 마련. 그래도 시간 여유가 충분했던 만큼 점심시간까지는 맞출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점심 식사도 거른 채 촬영이 계속됐다.
마음이 다급해진 필자가 감히 ‘컷!’을 외칠 수도 없고 막상 기다리자니 이미연과의 인터뷰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갑자기 이미연 측에서 연락이 왔다. 예상외로 촬영이 일찍 끝날 것 같으니 빨리 와 달라는 것. 김아중의 CF 촬영 현장은 파주, 이미연의 화보 촬영 현장은 강남이라 차가 밀리지 않는다 해도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하는 수 없이 SOS를 쳤다. 당시 이미연이 필자를 인터뷰 리포터로 특별 지명(?)해놓은 터라 약속 시간에 맞춰 강남으로 출발했고 김아중 인터뷰는 선배인 김생민 리포터가 부랴부랴 달려와 대신했다. 김아중의 사이드 인터뷰는 필자, 정식 인터뷰는 김생민 리포터가 맡았는데 이처럼 두 명의 리포터가 함께 현장에 나서는 일은 매우 흔치 않은 일이다. 덕분에 방송은 훨씬 화려하고 예쁘게 나왔지만 아직도 그날만 생각하면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그날 흘린 식은땀이 아마 1.5ℓ는 족히 넘었을 것이다.
▲ 김아중(왼쪽), 이수영 | ||
그러나 지독한 교통 체증이 필자의 발목을 잡았다. 필자가 출연 중인 한 케이블 방송의 녹화가 수원에서 오후 6시에 끝났는데 고속도로가 꽉 막히면서 빼도 박도 못하게 돼 버린 것. 제작진의 전화가 1분마다 걸려왔다. 필자의 지각을 예감한 제작진은 박경림과의 인터뷰는 포기한 채 급하게 현장에 있던 장나라와 이기찬을 섭외했다. 천신만고 끝에 필자가 도착한 시간은 8시 20분. 그마저도 병원 근처에 차를 버리다시피 하고 500여 미터를 뛰어 가 맞춘 시간이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행사 진행이 늦어져 아직 인터뷰 준비가 덜 된 상태였고 게다가 박경림은 라디오 스케줄까지 미룬 채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여유롭게 숨을 고르며 대본까지 차근차근 체크할 수 있었고 인터뷰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필자의 지각으로 인해 세 명으로 예정되었던 인터뷰가 다섯 명으로 풍성해져 오히려 더 좋은 화면이 만들어진 것. 하지만 필자는 3장의 속도위반 딱지와 2장의 버스전용차선 위반 딱지, 그리고 주차위반 스티커를 그 대가로 받았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새벽 4시. 밤잠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방금 전에 또 하나의 인터뷰 스케줄이 끝났기 때문이다. 배우 A 양의 CF 촬영 현장이었는데 사실 인터뷰 예정 시간은 밤 11시 반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날 필자와 A 양과의 인터뷰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유인즉 A 양의 피로 때문. 현장에 도착할 때부터 인터뷰에 대한 광고대행사와 A 양측의 입장이 달라 인터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여겼지만 결국 ‘인터뷰 불가’ 통보를 받고 철수해야만 했다.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와 조명기구, 의자까지 세팅해놓았던 필자와 제작진은 새벽 3시, 아쉬운 마음을 남긴 채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참으로 아쉬웠던 현장이었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