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빗줄기로 인해 행사가 한 시간가량 지연돼 6시 40분이 돼서야 스타의 입장이 시작됐다. 첫 번째 주인공은 개막식 사회를 맡은 장준환 감독-문소리 부부. 늘 당당한 모습의 문소리지만 사회는 조금 부담이었는지 “오늘 너무 떨려요”라며 속내를 살짝 드러낸다. 그러자 남편 장 감독이 “파이팅”을 외치며 부인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곧 이어 전노민-김보연 부부가 입장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우리 남편 정말 멋있죠?”라고 되묻는 김보연. 역시 연예계 최고의 닭살 커플답다. 원로배우 김희라 역시 가족들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걸음이 조금은 불편해보였지만 건강을 많이 회복한 모습, 그를 부축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또한 국회의원 출신으로 수감 생활을 마치고 석방된 강신성일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섰는데 그 역시 부인 엄앵란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아 눈길을 끌었다.
7시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스타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빗줄기가 상당히 거센 탓에 100m가량의 레드카펫을 걷는 동안 고스란히 비를 맞아야 했고 객석에선 우비를 입고 있어야 했다. 멋진 헤어스타일과 드레스가 빗줄기 사이에 가려진 것. 그러는 사이 명품 드레스를 어렵게 협찬 받아온 스타일리스트들만 마음 졸였다는 후문.
▲ 영화배우 박진희(왼쪽)와 다니엘 헤니. | ||
빗줄기는 개막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감쪽같이 멈췄다. 춘사영화제 신상옥영화제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까지, 유난히 올해 열린 영화제 개막식마다 비가 내린다. 영화인들은 먹구름이 드리운 영화계의 현실이 빗줄기가 돼 뿌리는 거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가장 강렬한 박수 갈채를 받은 스타는 단연 정일우다. 개막식장 내부 레드카펫에선 다니엘 헤니, 김태희, 정일우 순으로 뜨거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지만 개막식장 외부 레드카펫에선 정일우가 독보적으로 많은 박수와 함성을 받았다. 개막식장 바깥에는 중·고생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고의 매너를 선보인 스타는 다니엘 헤니. 비가 내려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무 상관없어요. 너무 좋은 밤이에요”라고 답한 그는 레드카펫을 걷는 내내 관객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화답했고 손을 내미는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하기도 했다. 빗줄기를 피하려 성급히 레드카펫을 지나가는 여느 스타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가장 많은 플래시를 받은 스타는 김소연이었다.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파격적인 드레스 때문이었다.
▲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섹시함을 맘껏 드러낸 엄정화(왼쪽)와 김소연.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이병헌 장동건 정우성 전도연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대거 불참했고 주최 측이 참석 예정이라 밝힌 고현정 한석규 한예슬 김아중 등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예년에 비해 톱스타들의 방문은 줄고 신인급의 방문은 급증했다.
영화인들의 입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뜬금없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예비후보가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그러더니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그 뒤를 이었는데 관객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영화인과 관객들의 축제 현장에서 정치권 대선 후보들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인 듯.
게다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개막식이 끝난 뒤 열린 개막 파티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예정됐던 엔니오 모리꼬네의 핸드프린팅 행사가 건강 문제로 취소된 상황에서 느닷없이 이명박 대선후보가 등장해 개막 파티는 마치 정치권 행사장 같은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부산=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