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우은숙이 이혼에 대한 기자회견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 ||
지난 열흘간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던 연예인 부부의 이혼 소식 중 최대의 화두는 ‘왜(why)’였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결혼에 골인한 이들이 네버 엔딩 해피스토리의 마지막을 장식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목이 집중된 것. 이찬-이민영 부부나 박철-옥소리 부부, 신은경-김동수 부부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서 이혼 사유가 명확하게 밝혀졌지만 채정안, 오만석, 이영하-선우은숙 등은 ‘성격 차이’라는 다소 두루뭉술한 이유를 밝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이영하-선우은숙 부부의 경우는 20여 년을 함께 살아왔음에도 이혼 사유가 성격 차이라는 건 다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연예인 부부가 이혼에 이르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연예 관계자들은 ‘모범이 돼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늘 대중의 눈에 노출돼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부부 생활도 행복해야 한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린다는 것. 탤런트 김호진과 결혼한 김지호는 한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잉꼬부부’는 대중이 만든 것”이라는 뼈 있는 말로 연예인 부부로 살아가는 고충을 드러냈다.
그러나 ‘잉꼬부부’라는 타이틀을 얻는 건 연예인 부부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월간지에 집을 공개한 몇몇 연예인 부부들은 어느 정도의 협찬을 바라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즉, 집안 인테리어를 공짜로 고치기 위해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대중 앞에 드러내고 있는 것. 잉꼬부부라는 시선이 부담스럽다고들 말하지만 이러한 타이틀을 얻는 데 연예인들도 한몫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월간지 기자는 “연예인 부부가 집을 공개할 때는 어느 정도 (인테리어 보수공사를) 바란다는 의미”라며 “몇몇 연예인은 침대, 소파 등 세세한 것까지 요구해 협찬 받기 힘겨울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이혼한 옥소리도 박철과 불화설이 나돌던 지난해 한 월간지에 집을 공개한 후 다른 월간지의 제안이 들어오자 “황토방을 꾸미고 싶은데 얼마 전에 다른 곳과 인터뷰를 해서 지금은 곤란하니 몇 달 지난 후에 하자”고 말을 했다고 한다.
▲ 박철 옥소리 부부 지난해 리마인드 웨딩 촬영한 건 옥소리 사업차 진행된 것 | ||
연예인 부부의 리마인드 웨딩 촬영도 이들을 ‘잉꼬부부’로 포장한다. 신성일-엄앵란 등 대부분의 연예인 부부들은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더 충실하기 위해 리마인드 웨딩촬영을 한다. 이영하-선우은숙, 박철-옥소리 부부도 지난해 웨딩촬영을 해 금실을 자랑한 바 있다. 박철-옥소리의 리마인드 웨딩촬영을 담당했던 백종은 웨딩파티 대표는 “촬영할 때만 해도 (이혼에 대한) 낌새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박철과 옥소리 부부의 리마인드 웨딩촬영은 옥소리의 활동 재개와 맞물려 사업을 위해 진행됐던 일로 밝혀졌다. 백 대표는 “옥소리 씨와 웨딩사업을 함께 시작하면서 마침 박철 씨와 10주년이어서 웨딩 촬영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내가 제안했다”며 “촬영에 소요된 돈은 100만 원 정도이며 메이크업비나 드레스는 (옥소리 씨가)다른 곳에서 협찬을 받은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이영하와 선우은숙도 지난해 25주년 은혼식을 기념하는 리마인드 웨딩촬영을 했다. 이 덕분에 연예계에 나돌던 이들 부부의 불화설, 별거설이 사그라졌다. 이혼 사실을 공표한 후에는 ‘설’을 일축하기 위해, 두 사람의 관계 개선을 위해 촬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선우은숙은 이를 부정했다. 지난 10월 25일 MBC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선우은숙은 “어떤 시점부터 어떤 계기로 이혼이 시작됐다고 보지 말아 달라”며 “리마인드 웨딩촬영을 한 건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기록이 이들의 이혼을 더 안타깝게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어찌됐든 ‘잉꼬부부’ 타이틀을 단 이들은 평생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잡음을 내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 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배우는 “우리 집에서 큰소리가 조금만 나도 이웃들이 수군거리고 다음 날이면 아파트 전체에 소문이 퍼진다”며 “우리도 사람이고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는 부부인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화도 내지 못 한다”고 말했다. 결국 오랜 시간 삭혀왔던 화와 마음의 앙금이 파경이라는 선택을 하게끔 몰고 갈 때도 있다는 내용이다. 선우은숙도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이혼을 결심한 게 아니라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에게 섭섭한 마음이 커졌고 지금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헤어지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 최근 이혼의 아픔을 겪은 신은경 오만석 채정안(왼쪽부터). | ||
그렇다면 연예인 부부 사이에서 잡음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연예 관계자들은 ‘가사 부담 문제’라고 말한다. 연예인들은 대개 활동을 시작하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간 일에만 매진해야 한다. 가정 일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는 게 연예 관계자의 설명. 특히 양육 문제가 부부 싸움의 중심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부모에 비해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서로를 책망하게 된다고. 아이를 방송국으로 데려와 젖을 먹이면서 일을 했다는 사미자는 “젊었을 때는 일이 너무 바빠서 이혼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물론 부부 간의 일은 당사자들만 아는 일이다. 예전에 비해 폭행, 외도 등 서로 얼굴을 붉히며 이혼하는 부부들이 부쩍 늘고 있지만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한 박철이나 이민영 모두 “비록 일이 커졌지만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실 연예인 부부들이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현재 결혼한 부부 3쌍 중 1쌍이 이혼하는 시대에 연예인이기 때문에 치부가 더 드러나고 있기 때문. 웨딩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손숙은 “연예인이기 때문에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건 알지만 이혼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현재 연예인 이혼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영화처럼 살 것 같은 연예인들의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파경 소식이 적지 않은 실망으로 돌아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