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이동식 커피점(왼쪽)과 쿠알라룸푸르 다운타운. 중국계가 상권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여기도 골목마다 파는 게 전문화되어 있습니다. 꼬치구이 파는 식당이 유명한데 다 모여 있습니다. 좁고 긴 골목들이 모두 꼬치구이집입니다. 그 골목에 메뚜기 파는 행상이 있는데, 그 청년도 꿈이 꼬치구이 하는 겁니다. 꼬치구이집 사장은 자기 집 앞에서 메뚜기를 팔게 하고, 그 중국계 청년에게 ‘빨리 돈 벌어 내 옆에 하나 차려’라고 농담을 한답니다.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식당을 하거나 뭘 해도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방법은,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인들은 하기 어려운 방법입니다. 그들에겐 간단합니다. 음식점을 도로변에 하나 만듭니다. 주인은 음식을 하지 않습니다. 전문코너를 이웃에게 하라고 합니다. 국수코너, 만두코너, 한국사람 좋아하는 죽코너, 현지인 좋아하는 닭고기 튀김코너 등. 귀퉁이마다 좌판을 엽니다. 코너 주인들이 단골관리하고 한 달에 얼마씩을 식당 주인에게 냅니다.
거기 가면 메뉴가 다양합니다. 식객이 빠글빠글합니다. 주인은 음료수와 커피만 팝니다. 주방도 없고 직원 하나가 코너에 온 모든 손님에게 부가가치가 높은 음료수만 독점합니다. 중국인 이웃들이 그 나라에 빈손으로 왔어도 다 살아갑니다. 식당 안에는 아주 큰 맞춤냉장고가 있습니다. 코너주인들이 사용하도록 한 칸칸이 냉장고입니다. 그게 답니다. 말레이시아엔 이런 식당이 정말 많았습니다.
생필품 가게입니다. 주인은 중국계인데 보이지도 않고 현지인이 열심히 장사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현지법인이 아니고선 현지인 명의로 사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고가 많이 납니다. 외국인 투자법이 까다롭지만 그래도 원칙대로 하는 게 좋습니다. 땅을 믿을 만한 현지인 이름으로 샀다가 낭패당하기 일쑤입니다. 중국인은 이 가게를 현지인 앞으로 냈고 그 현지인을 정말 사장으로 대우한답니다. 이익이 나면 60%를 자기가 갖고 40%를 보내준다고 합니다. 자기가 열심히 하면 자기가 더 많이 가지기 때문에 속일 이유가 없답니다. 그래서 자기 사돈의 팔촌까지 자기 물건 사가라고 영업을 하니 안 될 수가 없습니다. 본래 사장은 어딨냐니까 인근 점포를 그대로 한답니다.
이런 ‘협력’ 경영방법을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국 사람은 해외 나오면 ‘모래알’ 같다고 합니다. 이국땅에 와서 우리끼리 경쟁하며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잘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잘하자고 얘기합니다. 한국인은 협력보다는 독자적인 걸 좋아합니다. 혼자서 뭔가 해보려는, 바꾸어 말하면 창의적입니다. 그래서 모래알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래알이지만 어디든 혼자서 도전하는 국민입니다. 인도차이나를 다니다보니 어느 도시, 어느 시골이든 가보면 한국인 선교사가 있습니다. 우린 조그만 나라지만 미국 다음으로 선교사 파송이 많은 나라입니다. 맨손으로 와 현지마을을 돕고 아이들 돌보는 유치원을 만들고 자립하는 것을 보고 저는 놀랍니다. 한국 식당은 어디서든 한국식으로 반찬과 물을 무한리필합니다. 이런 식당은 세계에서 한국밖엔 없습니다. 한국 사람을 좋아하고 신기해 하는 것들입니다.
그 나라 국립대학에서 수석하는 학생은 한국 학생입니다. IT 속도는 세계에서 제일 빠르고, 시인이 가장 많으며, 골프와 양궁 같은 집중력이 필요한 운동은 단연 돋보입니다. 서양에서 들어온 젊은이들의 ‘힙합’은 세계에서 1등입니다. 각 나라가 우리 청년들의 힙합을 교본삼아 공부합니다. 인도차이나에선 한국 드라마와 음악이 제일 인기 있습니다. 모두 한 사람이 밤을 새워 가며 만들어내야 하는 ‘창의력’이 필요한 부문입니다.
세계 각 나라가 자국민이 잘하는 것에 집중해 세계시장에 팝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입니다. 영국은 출판, 뮤지컬, 디자인으로. 미국은 영화, 농업기술, 의료산업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패션뷰티산업으로. 일본은 음식으로 세계시장에서 매출을 거둬들입니다. 중국은 ‘협력하는 장사법’으로 공략합니다. 많은 국가가 ‘문화’를 팔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쿠알라룸푸르의 인터넷 속도를 한국기업이 들어와 바꾸어줍니다. 일본이 당뇨치료성분이 가장 많은 한국의 ‘신농업기술 상황버섯’을 줄서서 사가고 있습니다. 중국이 한국의 의료기술을 가장 부러워하여 북경에 협력기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인도차이나는 드라마, 힙합, 가요, 작사작곡 등의 문화연대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모래알 문화’를 키워야 합니다. 밤새워 꽃피운 ‘창의력’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모래알이 해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를 탓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린 그런 특성의 국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하는 것을 잘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밤이 깊은 차이나타운에서 생각해봅니다.
정선교 Mecc 고문
필자 프로필 -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고아를 위한 NGO Mecc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