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원이 뽀뽀를 좋아하는 귀여운 연인으로 분했다. 도도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밝고 명랑한 대학생으로 변신을 꾀한 것. 실제 엄지원은 지인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밝은 성격의 소유자다. 이런 성격 덕분에 소방차의 정원관부터 홍석천 송윤아 김효진 등 연예인들과의 인맥이 두텁다. 그런데 엄지원은 자신에 대한 평가에 고개를 저었다.
“사실은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해요. 어렸을 때는 배우로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여러 가지 사물의 본질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대상과 소통하는 데 중요한 것은 ‘농도’지 ‘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다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기본적인 매너라고 생각해요. 저는 상황에 100% 충실한 사람이에요. 특히 영화 촬영장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배우로서 당연한 의무죠.”
영화 촬영장의 엔도르핀을 자처하는 배우로 소문이 나서인지 엄지원에게는 카메오 출연 섭외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지난해 화제작 <야수>에 권상우의 연인으로 출연했고 올해에는 <기담>에 ‘공포를 자아내는 여인’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2008년 개봉 예정인 김지운 감독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는 독립군이자 정우성의 첫사랑인 나연으로 분한다.
엄지원은 작품 선택의 기준에 대해 얄미울 정도로 똑 부러지게 말했다. 하지만 작품 선택이 까다로운 데 비해 그녀의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은 편. <주홍글씨> <가을로>는 소문난 잔치였던 데 비해 흥행 성적은 대중의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흥행까지 책임질 수 있다면 매우 좋은 배우죠. 저 역시 적지 않은 개런티를 받고 출연하는 영화의 흥행에 책임감을 느껴요. 하지만 흥행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택한다거나 흥행에 압박감을 느낀 적은 없어요. 그보다는 영화의 상업성 정도에 따라 개런티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편이죠. <극장전>에 출연할 때는 개런티를 보통 때보다 적게 받았어요. 버젓이 적은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면서 일반적인 상업 영화에 출연할 때만큼 개런티를 받으면 그게 결국 흥행의 압박으로 돌아오니까요.”
이번 <스카우트>에서도 엄지원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극중 유일한 홍일점 배우로서 아쉬울 만도 한데 엄지원은 담담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그는 작품에서만 유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삶 자체에 여유를 두고 천천히 가려하고 있었다. 그의 나이 이제 서른.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만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았다.
▲ 엄지원이 영화 <스카우트>에서 뽀뽀를 좋아하는 귀여운 여인으로 변신해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스카우트>의 한 장면. | ||
예상대로 엄지원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배우로서의 삶이었다. 삶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는 더 나은 배우의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떤 역할로 관객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고민을 털어놨다.
“최근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이중적인 카리스마를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더불어 나이가 들수록 더 멋진 인간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은 제가 쉬는 동안 영어, 일어, 불어 등 언어를 공부하고 다양한 취미를 갖는 것에 관심을 갖지만 사실 휴식기에 그런 취미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뿐이에요.”
2005년 칸 영화제에서 이미 탁월한 영어 실력을 과시한 바 있는 엄지원은 최근 일어와 불어 공부를 하는 한편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마스터하고 요리 아카데미, 필라테스를 즐기며 매일 매력적인 여자로 거듭나고 있다. 언젠가 영화 속에서 매력적인 소믈리에 혹은 요리사로 변한 엄지원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박훈희 <앙앙>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