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25명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가운데서 손을 번쩍 들고 있는 이가 중견탤런트 백일섭. 탤런트 정흥채 이세준도 보인다. 뉴시스 | ||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세는 연예계에서도 막강하다. 최근에는 탤런트 백일섭의 ‘뒈지게 맞는다’ 발언이 세간에 화제가 됐을 정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은 한나라당 경선 과정부터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 왔다. 탤런트 이덕화 서인석 정흥채 백일섭 이영후 이의정, 방송인 이상용, 가수 김상희, 개그맨 정진수 서현선 등이 경선 합동연설회에 직접 참석해 이 후보를 도운 것. 이 외에도 탤런트 신충식 배도환 이종원 임대호 박세준 등도 이 후보 지지 연예인으로 분류된다.
이 후보 지지 연예인의 활약상은 연예계에서도 감지됐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가 확정된 지난 8월 20일 SBS에선 드라마 <날아오르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그런데 배우들이 돌아가며 배역 설명을 하던 도중 탤런트 이종원이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는 돌발 발언을 해 화제가 된 것. 이종원은 제작발표회가 끝난 뒤 축하파티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는 이덕화 서인석 이영후 신충식 김상희 정흥채 박세준 서현선 등의 지지 연예인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이상용 이영후 정흥채 등은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 연예인이 아닌 이 후보 개인과의 친분으로 대선에 뛰어든 이들이 대부분이다. 대학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이상용, 드라마에서 이 후보의 역할을 맡아 친해진 유인촌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지지 연예인이 이 후보와 몇 년 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온 이들이다. 그만큼 지지도가 자발적이고 열성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
▲ 설운도(왼쪽), 전원주 | ||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 대선에서 이 전 총재를 지지했던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다는 부분이다. 가수 설운도 김수희 김혜영, 탤런트 임채무 전원주, 개그맨 남보원 한무 이용식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 연예인으로 분류할 수 있어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전 총재를 공식 지지할 지의 여부는 분명치 않다. 다만 2002년 대선 이후인 2003년 7월 이 전 총재 빙모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정도로 이 전 총재와 가까운 사이인 설운도 남보원 한무 임채무 등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이 전 총재 캠프에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 전 총재의 최측근 인사 가운데 한 명인 지상욱 박사의 아내인 영화배우 심은하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눈길도 있지만 둘째 출산 시기에 대선이 치러져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여전히 후보 단일화 몸살을 앓고 있는 범여권은 조용하다. 다만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경우 MBC 기자 출신답게 방송계 인맥이 두텁다. 가수 심수봉 송대관 임백천 윤형주 조영남, 배우 박상원, 개그맨 김제동 등과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져 있다.
▲ 박찬욱(왼쪽), 문소리 | ||
이번 대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중년층 연예인의 자발적 참여다. 지금까지는 중년층 연예인들의 선거 참여는 특정 후보 지지 연예인 관련 행사에 한두 번 참가하거나 이름만 올리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국회의원 출마를 염두에 분 일부 연예인만 열성적인 모습이었다. 또한 권력 내지는 금권에 의해 선거에 동원된다는 추측이 난무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지난 5·31지방선거 당시 중년층 연예인 14명이 금품을 받고 선거운동에 동원돼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만큼은 중년층 연예인의 활약상이 엄청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실제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확정된 전당대회에선 손수 플래카드까지 준비한 중년층 연예인들이 열성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16대 대선 당시 자발적인 참여로 바람몰이를 선도한 젊은층 연예인 대신 17대 대선에선 중년층 연예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또 다른 바람 몰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논란의 주인공이 된 백일섭은 “누구나 팬이 있듯이 나도 이명박 후보의 팬으로서 경선 때도 따라다녔다”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예 관계자들은 이런 변화가 오히려 연예계가 정치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정 후보의 지지 의사를 밝힌 한 연예인의 매니저는 “원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이 된 만큼 진심으로 지지하는 정치인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그 뜻을 밝히고 동참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