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내지는 장관으로 몸소 정치권을 체험한 연예인들은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이들은 정한용과 고 이주일이다. 정한용은 “지구당 회원 자장면 값만 한 달에 150만 원씩 지출되는 등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 대출까지 받았는데 국회의원 선거 낙선 후에는 신용불량자가 돼 있었다”며 “생각보다 힘들었다. 앞으로 정치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심지어 이주일 역시 회고록에서 “연예인 후배들이 정치를 한다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말리겠다”고까지 얘기할 정도다. 정치권의 부도덕성을 꼬집는 내용도 접할 수 있다. 이주일은 회고록을 통해 “정치권에 가장 잘 돼 있는 것은 배꼽 밑의 일은 불문에 부치는 전통”이라며 정치권의 부도덕성을 강하게 비난했고 정한용 역시 “나이 든 국회의원들 중 몇몇은 여자연예인을 소개해 달라며 쫓아다닌 적도 있다”고 회상한다. 또한 연예인 출신이라는 데 대한 편견과 비하로 인해 의정 활동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한다.
반면 이순재와 최희준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순재는 “국회의원 시절이던 95년 배우의 출연료에 대한 권리를 방송사가 갖고 있는 것을 시정하기 위해 출연료 관련 저작권법 개정을 주도한 바 있다”면서 “내가 없었다면 여태 안 바뀌었을 것이다. 이처럼 누구보다 실정을 잘 아는 대중예술과 순수예술 분야 실무자가 국회에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라이브 클럽 합법화와 같은 문화계 현안을 해결했던 최희준 역시 “대중예술계 현장에 있던 사람이 의정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손숙처럼 중도론을 펴는 이들도 있다. 손숙은 “연예인도 충분히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소신을 가지고 하는 거야 누가 뭐라 하겠냐마는 정치판이 연예인의 힘을 빌리려는 게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