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진-김정은 커플을 이어준 드라마 <연인>의 한 장면. 사진제공=SBS | ||
연예인과 연예인이 이성 교제를 시작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일반인의 사내연애와 유사하다. 같은 작품에 출연하며 친분을 쌓아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 특히 극중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경우 연인 관계의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감정을 갖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최강희는 “어린 시절에는 종종 극중 역할의 성격과 내 실제 성격을 착각하고 연인 사이의 배우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고 얘기한다. 만약 두 배우가 모두 이런 감정이라면 이는 곧 열애의 시작이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결혼설까지 나돌고 있는 이서진-김정은 커플이다. 드라마 <연인>에서 연인 관계로 캐스팅된 두 사람은 촬영기간 내내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연기했고 결국 그 감정이 실생활로 연결됐다.
연예인 공식커플의 상당수가 이 과정을 통해 탄생했는데 결혼에 이른 경우도 많다. 신성일-엄앵란 커플을 필두로 최수종-하희라, 차인표-신애라, 김호진-김지호, 유준상-홍은희, 남성진-김지영 등이 여기 속한다. 다만 이동건-한지혜, 류승범-공효진 등은 결별수순을 밟았다.
극중에서 연인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누구나 다 열애설에 휘말리는 것은 아니다. 연애 감정이란 게 쌍방 모두 비슷한 감정을 가져야 가능하기 때문. 구혜선은 “예전에 출연했던 드라마에서 심하게 대시하는 남자 배우가 있었다”며 “남자친구가 있다고 밝혔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와 힘겨웠다”고 얘기한 바 있다.
때론 예능프로그램이 이성교제의 장이 되기도 한다. 요즘 예능프로그램에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소위 ‘방송용 커플’이 존재한다. MC를 주축으로 다른 출연자들까지 나서 커플로 밀어주기도 하고 때론 남자 연예인이 방송에서 대놓고 대시를 하기도 한다. 물론 재미 유발을 위한 설정일 뿐이지만 때론 그런 장난 가운데서 사랑이 싹트기도 한다. 최근 열애 사실이 밝혀진 김종민-현영 커플이 대표적이다. 함께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종민이 여러 차례 공개 대시를 했는데 “방송커플일 뿐”이라던 현영은 최근에서야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데 계속 찍는 뚝심이 좋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개그맨의 경우 아이템을 찾고 개그를 짜는 밤샘 작업 과정에서 사랑이 싹트는 경우가 흔하다. 함께 고생하며 개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다 더욱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을 만나게 되는 것. 결혼에 성공한 박준형-김지혜 커플을 비롯해 김재우-백보람, 유상무-김지민 등이 대표적이다.
▲ 최근 열애 사실이 밝혀진 김종민과 현영. | ||
기본은 연락처를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취재에 협조한 한 인기가수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연예인은 끼와 매력이 넘쳐 연애에도 강한 편”이라며 “어떻게든 연락처만 주고받으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얘기한다. 연예인들 역시 종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와 관련된 일화를 털어 놓곤 한다.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은 가수 이민우다. “한 여자 연예인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어렵게 연락처를 알아냈고 결국 술기운을 빌려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은 건 그의 남자친구였다”는 이민우는 “게다가 내가 아는 남자분이라 ‘잘해줘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연락처를 알았다고 해서 고백이라는 강수를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보다는 ‘찔러보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밥 한번 먹자’ ‘술 한잔 할래’ 등의 문자를 보내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멤버 스테파니는 연예인이 된 뒤 6~7명의 남자 연예인으로부터 대시를 받았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찔러보기 방식이었다. “데이트 신청 문자를 보낸 뒤 답 문자가 없으면 금세 ‘바쁘면 됐고’ 등의 문자가 온다”는 스테파니는 “마음에 드는 여자 연예인들에게 같은 문자를 보냈다가 먼저 답장을 보내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는 것 같아 그런 남자 연예인의 대시는 모두 거절했다”고 밝힌다. 대시 성공률 99%를 자랑한다는 홍록기의 유일한 실패는 전혜빈이었다. 전혜빈은 당시 상황에 대해 “셀카를 찍어 휴대폰으로 보내고 밤늦게 전화해 ‘너는 나의 자양강장제’라는 얘기로 애정 공세를 펼쳤다”고 회상한다.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연락처를 주고받는 절호의 찬스는 주로 술자리에서 이뤄진다. 의외로 젊은 연예인들 사이에 술자리가 잦아 신인들을 그런 자리에 끼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어려움이라는 게 매니저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술자리가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엔 1~2명 내지는 2~3명이 모이는 술자리였으나 각자 친분이 있는 연예인을 부르다보면 어느새 7~8명이 모이는 자리가 된다고. 그러다보니 초면인 연예인끼리 술자리에 동석해 친해지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이런 과정에서 연락처 교환이 이뤄지는 등 작업의 기초가 완성되는 것. 반면 술기운을 빌어 원나잇스탠드를 시도하는 ‘선수’들도 있다. 주로 희생양은 신인 여자 연예인이다.
▲ 남성진-김지영 <전원일기> 커플(왼쪽), 박준형-김지혜 <개콘> 커플 | ||
핵심은 동료 연예인이 중개인이 돼주는 데 있다. 사실 연예인들이 털어 놓는 대시의 경험 대부분이 이런 중개인을 거쳐 이뤄진 것들이다. “친한 가수를 통해 저녁 초대를 받았다”(옥주현) “한 스포츠 스타가 측근을 통해 계속 만나줄 것을 종용했다”(한영) “김○○으로부터 남자 친구를 소개받았다”(이효리) 등의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최근 들어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열애설도 종종 들려오는데 이들의 첫 만남 역시 중개인을 통한 술자리에서 이뤄지곤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남자 연예인의 주요 타깃은 신인 연자 연예인이다. 그들이 채 연예계에 익숙해지기 전에 작업을 걸어 짧지만 강렬한 만남을 가지려는 ‘선수’들이 그들을 노리는 것. 반대로 연예인의 때가 덜 묻은 신인 연예인에게 호감을 느껴 진지한 만남을 갖는 경우도 있다. 에릭-박시연, 현빈-황지현 등의 열애설이 대표적이다. 당연히 여자 연예인은 신인 때 몰려들던 대시가 서서히 줄어든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현영 역시 “신인 시절엔 대시하는 연예인이 정말 많았는데 점점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얘기한다. 신인 여자 연예인이 방송에서 대시받은 경험을 털어놓으면 이를 마케팅 전술이라며 비판하는 네티즌이 많지만 연예계의 생리상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