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선생님하곤 한 번도 작품을 길게 같이한 경험이 없지만 바람직한 연기자의 길을 몸소 실천하시는 분이라 늘 존경해왔어요. 칠순이 다가왔을 무렵 선생님이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이란 연극을 하셨는데 길고 짧은 걸 합쳐 대사가 모두 700번이나 되는 역할이었어요. 그때 선생님이 ‘다시 한 번 내 암기력에 대해 테스트하고 싶었는데 할 만하더라’고 그러시더라고요. 한 번은 ‘손주 보고 싶지 않냐’고 여쭸다가 ‘벌써부터 그러면 안 되지’라는 말씀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아직 그 분이 연기자 그래프 선상의 마지막이 아닌 중간 지점에서 계속 노력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니까. 사실 연기자는 나이가 들면 자세부터 달라집니다. 폼만 가득 차서 입이 내려가고 목은 올라붙고. 그런데 선생님은 늘 한결같은 모습이세요. 계속 후배들도 가르치시는데 그냥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공부하고 또 배우려는 자세가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