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원조는 다르다, 일본 성인 영화의 힘!’ ‘인터넷에 떠돌던 일본 에로배우들을 극장에서 만난다’ ‘일본 성인 영화 본격 한국 진출 선포’
자극적인 카피를 앞세운 일본 영화 <일본남녀상열지사>가 1월 31일에 개봉된다. <일본남녀상열지사>는 한국 영화 수입사에서 만든 영화 제목으로 네 편의 일본 핑크영화를 하나의 옴니버스 영화로 만들면서 이런 이름이 붙게 됐다. 사실상 <거리의 여인> <하리칼라 걸의 성적유희> <붉은 장미부인> <로토 섹스> 등 네 편의 일본 핑크영화가 <일본남녀상열지사>라는 제목으로 동시 개봉되는 것이다.
영화수입사 CNS엔터테인먼트와 코랄픽쳐스가 각각 수입한 네 편의 영화를 CNS엔터테인먼트가 한데 모아 <일본남녀상열지사>라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개봉하는 것인데 개봉 형태가 조금 특이하다. 필름포럼에서 일주일가량 단관 개봉을 하고 네 편 모두 각각 70~80분 분량의 영화들이다. 결국 <일본남녀상열지사>라는 옴니버스 영화의 전체 러닝타임은 300여 분이나 되는 것. 사실상 일본 성인 영화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제 개념으로 다양한 영화 관람의 기회 확대를 위한 좋은 시도지만 예상 외로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에로업계 관계자들은 ‘네 편의 영화’를 하나로 모아 ‘1주일 이내’의 ‘단관 개봉’하는 것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케이블 TV 등에 판권을 팔기 위한 조치라고 지적한다. 우선 극장 개봉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관대한(?) 심의를 받을 수 있다. 얼마 전 영화 <색, 계>가 무삭제 개봉돼 눈길을 끌었는데 <일본남녀상열지사> 역시 무삭제 개봉된다. CNS엔터테인먼트의 유선미 실장은 “이미 영등위에서 심의가 났는데 노출 수위는 헤어누드 이상”이라고 얘기한다.
영등위 관계자는 “지금은 영등위에서 아예 영화를 삭제하지 않아 무삭제 개봉은 말도 안 되는 표현으로 그나마 2002년까지는 아예 등급심사 자체를 보류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 역시 위헌 판정을 받았다”면서 “지금은 등급심사를 신청하면 무조건 등급을 매겨야 하기 때문에 국민정서상 크게 문제가 되면 제한상영가, 그렇지 않으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결정한다”고 얘기한다. 참고로 2007년 한 해 동안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단 두 편의 외화뿐이다. 일본 성인 영화인 <일본남녀상열지사> 역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반면 한국 에로 비디오는 여전히 심의 과정이 험난하다. 영화와 달리 비디오 심의에는 여전히 ‘등급 보류’가 존재한다. 영등위 관계자는 “선정성 과다 등의 이유로 순화를 요구하며 등급을 보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얘기하는데 2007년 한 해 동안 등급 보류 판정을 받는 국내 비디오는 모두 1884편에 이른다. 에로 업계 관계자들은 “10분당 심의 수수료가 1만 원이라 두세 번 등급 보류 판정을 받으면 수수료만 수십 만 원인데 극장 개봉 영화는 버젓이 무삭제 개봉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얘기한다. 그러다보니 국내 에로비디오는 여전히 심의의 높은 잣대에 걸려 여전히 헤어누드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에로 업계의 부활 신호탄인 IPTV(소비자가 콘텐츠를 선택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 시대가 자칫 일본 성인 영화의 독무대가 될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IPTV는 방송 내용을 규제할 법적 근거조차 불분명하다. IPTV 관련 법안인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에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제공사업자가 제공하는 실시간 방송프로그램의 내용 심의는 방송법에 준용한다’고만 명시돼 있어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제공사업자가 제공하는 비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은 심의 기준 자체가 불분명하다. 그러는 사이 <일본남녀상열지사>와 같은 일본 성인 영화들은 헤어누드 수위로 영등위 심의를 통과해 IPTV 진입을 노리고 있다. 만약 영등위가 심의한 수준으로 IPTV에서도 전파를 탈 경우 얌전한(?) 국내 성인 영화와 헤어누드로 무장한 일본 성인 영화가 대결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남녀상열지사>라는 제목으로 개봉되는 네 편의 일본 성인 영화 외에도 이미 수십 편의 일본 성인 영화가 이미 영등위 심의를 통과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꿈꾼 후에 정사> <꽃봉오리의 모습> <네 이웃의 여자를 사랑하라> <미소녀 아미의 일기> 등 제목부터 선정적이다. 국내 심의 기준의 틈을 이용해 헤어누드로 무장한 일본 성인 영화의 본격적인 한국 상륙이 시작된 것. 에로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 모바일, IPTV 등 다매체 시대가 열렸지만 정부가 이에 부응하는 심의 기관과 기준을 정하지 못해 이같이 불합리한 상황이 초래됐다며 정부를 강력 비판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