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내내 현장에서 ‘완전’의 ‘완’을 앞에 붙이는 표현이 유행이었어요. 예를 들어 ‘완’에 ‘맛있다’의 ‘맛’을 붙여 ‘완맛’이라고 얘기하곤 했었는데 영화를 보니 쌩얼 공개한 게 ‘완후’네요. 완전 후회해요(웃음). 그래도 스타라는 이름으로 화면에 비춰지기만 했던 이미지 때문에 전달하지 못했던 진실함이랄까, 수정의 감정을 거짓 없이 전달한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그건 ‘완전 잘했어’의 ‘완잘’이에요.”
전지현은 메가폰을 잡은 정윤철 감독에게 더 잘한 연기도 많았는데 왜 다 편집했느냐며 면박 아닌 면박을 줄 정도로 연기에 자신감이 붙은 듯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제 연기에 대해서 바로바로 지적해주고 가야 할 길을 알려줬어요. (황)정민 오빠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고요.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가는 길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배역에 다가가는 법도 배웠는데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관객들의 평가는 언제나 냉정한 것. 전지현도 그 사실을 잊지 않은 듯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노력한 만큼만 영화가 나왔어요. 이제 관객들의 평가만 남은 거죠. 전 그걸 겸허히 받아들이는 입장인 거고요. 제 연기도 그래요.”
전지현의 털털한 변신이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지만 그게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의 모습 전부가 아니다. “한 사람으로서 성숙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전작에서 열심히 안 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웃음) 배우로서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서두르지 않으려고해요. 저보다 팬들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은데 전 천천히 가고 싶어요.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