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분위기에 딱 맞는 노래 ‘스키장 가는 길’을 발표한 LPG. 너무 바빠 데이트할 시간도 없지만 네 명이라 옆구리가 시리진 않다고.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최근 ‘겨울송’으로 ‘스키장 가는 길’을 발표한 LPG는 거의 매일 새벽 6시에 기상해 이른 아침부터 스케줄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10대부터 60대 이상의 연령층까지 고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LPG와의 솔직 담백한 인터뷰를 지면으로 옮겨본다.
김태진(김): 이렇게 아름다운 네 분이 LPG를 결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한영: 오디션을 통해 모였어요. 회사에서 ‘신세대 트로트 그룹’이란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춰 멤버들을 뽑은 거죠.
수아: 방식은 모두 달랐어요. 한영 언니는 원래 이 회사 소속이었고 연오 언니가 합류한 뒤에 저하고 윤아가 오디션으로 들어왔어요.
김: 처음 봤을 때 서로의 첫인상이 어땠어요?
윤아: 제가 막내니까 대표로 말씀드리면 한영 언니는 원래 방송 활동을 했던 사람이고 TV를 통해 자주 봐서 그런지 조금 차갑고 도도해 보였어요. 연오 언니도 비슷했고. 수아 언니는 워낙 애교가 많아 처음부터 친해졌는데 지금 보면 한영 언니가 더 애교가 많아요.
연오: 사실 윤아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나이가 어리다는 게 믿을 수가 없더라고요.
김: 하긴 지금도 가장 어려 보이진 않아요(웃음).
윤아: 처음엔 겁을 많이 냈었어요. 사장님이 ‘다른 언니들은 다 강남권인데 너만 지방이라 ‘왕따’당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할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나만 촌스러울까봐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네 명 모두 지방 출신이더라고요.
한영: 뭐 강남권 출신은 아니고 놀기를 강남에서 놀았다는 얘기겠죠(웃음).
김: 사실 지금은 신세대 트로트 가수가 붐을 이루고 있지만 데뷔 당시엔 지금 같지 않았잖아요. 조금은 트로트에 거부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연오: 워낙에 음악에 관심이 많던 친구들이라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어요.
한영: 데뷔 앨범을 준비하면서 만난 윤명선 프로듀서도 큰 힘이 돼주셨고요.
김: 세미 트로트라는 장르 탓에 다른 젊은 가수들과 어울리기 힘들진 않았나요?
한영: 네 명이 모여 있기만 해도 재미있어서 신인 때는 다른 가수들과 어울릴 틈이 없었어요. 그게 솔로가 아닌 그룹의 장점인 것 같아요.
김: 그래도 먼저 다가와 도움을 준 선배들이 있다면서요?
한영: 태진아 선생님이요.
연오: 송대관 선생님이요.
한영: 그분들은 정말 대선배님이잖아요. 트로트에서 힙합까지 장르를 막론하고 모든 가수들이 존경하는. 그분들이 먼저 다가와 저희를 챙겨 주시고 관심을 나타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김: 태진아 선생님은 예쁘면 다 그러시던데^^. 네 분 가운데 누구를 가장 예뻐해 주셨어요?
한영: 다 예뻐하시죠. 잠깐, 송대관 선생님은 있으세요. 특별히 예뻐한 친구가.
김: 누구요?
한영: 연오 씨요. 선생님의 이상형에 가깝대요.
김: 최초의 트로트 그룹인 만큼 데뷔 초기엔 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한영: 설움이라기보다는 장르에 대한 어떤 편견 아닌 편견이 있긴 했죠. 세미 트로트가 조금은 촌스러운 이미지라 그런지 다른 젊은 가수들이 우리를 세련되게 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우린 세미 트로트가 젊은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임을 보여주려고 더 많은 끼를 발산하려고 노력했어요. 우리도 충분히 잘나가는 애들인데 그런 애들도 트로트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오: 네 멤버 모두 미인대회 출신이라 비주얼만 강조하는 가수라는 시선도 부담스러웠죠.
▲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롱프리티걸’ 4인방. 왼쪽부터 윤아 수아 한영 연오. | ||
김: 반면 보람찬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한영: 데뷔곡 <캉캉>이 인기를 얻은 데다 이 노래를 응원가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 정말 행복했어요. 그리고 군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가수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기분 좋았고요.
김: 안 그래도 물어보려 했는데 LPG의 가장 막강한 팬 층은 역시 군인이겠죠?
연오: 저희 같은 경우엔 10대부터 60대까지 팬들이 다양한데 역시 군인 분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운 편이죠.
김: 군대에서 공연을 하다보면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이 생기잖아요.
윤아: 어떤 분이 LPG 프로판 가스통 모형을 만들어서 무대 위에 올라와 막춤을 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연오: 또 어떤 분은 흰색 티셔츠 배 부분에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사인을 했는데 그분이 너무 거친 숨을 몰아쉬어 놀란 기억이 있어요.
한영: 친한 남자 연예인들이 군대 시절 얘기를 해주시는데 공연 온 여자 연예인이 악수해주고 가면 며칠씩 손을 안 씻는다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 우리가 악수하고 사인해주는 것도 그분들에겐 좋은 추억이 될 거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돼요.
김: 사실 요즘 보면 한영 씨가 MC(‘도전 1000곡’ ‘일요일이 좋다-사돈 처음 뵙겠습니다’ ‘식신원정대’ ‘프로배구 스페셜 V’)로 맹활약 중인데요, 한 사람이 독주하면 나머지 멤버들 사이에 묘한 감정들이 교차할 것 같아요.
한영: 동생들이 워낙 착하고 이해심이 많아서인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아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도 앞에서 했지 뒤에서 말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김: 그건 본인의 얘기고(일동 웃음).
윤아: 솔직히 말하면 언니한테는 불만 없는데 회사에 조금 불만이 있어요.
연오: (한영이 바빠 예전만큼 행사를 많이 뛰지 못해) 수입이 좀 줄었거든요.
윤아: 모두 개인적으로 다른 꿈을 갖고 있고 한영 언니는 데뷔 준비 과정부터 MC에 대한 꿈을 얘기해온 만큼 지금 잘하는 모습 보면 우리도 기분 좋아요. 언니한테는 얘기 안했지만 우리가 가끔 모니터도 해요.
김: 너무 섹시한 이미지에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어요.
연오: 처음에는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의상도 조금 우리의 큰 키와 몸매를 살리려는 콘셉트였고. 그래서 ‘바다의 공주’ 이후에는 애교와 귀여움을 주로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영: 소속사 사장님이랑 매니저들은 여전히 짧게 갔으면 해요. 다 남자들이라 그런가.
김: 요즘 ‘스키장 가는 길’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수아: 여름에 해변에 갈 때 들을 노래는 많은데 스키장 갈 때 들을 만한 노래는 별로 없더라고요. 많이들 사랑해주신 덕분에 올 겨울엔 우리도 스키장에 자주 가게 돼요.
김: 오늘 인터뷰 너무 즐거웠어요. 특히 방송 카메라가 있는 인터뷰가 아닌 지면 인터뷰라 더욱 솔직히 대답해 주신 것 같아서 정말 고마웠어요.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