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연예인들을 몰래카메라로 골탕 먹인 이경규가 최근 생애 처음으로 몰카에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 ||
지난 1월 29일 MBC ESPN <이경규의 골프의 신> 녹화 현장인 도곡동 소재의 한 스크린 골프장. ‘골프의 신’ 이경규와 이혁재, 박준규, 비키 등이 출연한 이날 방송의 마지막 순서는 출연진을 두 팀으로 나눠서 펼친 골프 시합이었다. 타석에 들어선 이경규가 호쾌한 샷을 날리는 순간 스크린 속의 공은 멋진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더니 그대로 홀컵에 빨려 들어갔다. 비록 스크린 골프지만 ‘홀인원’을 기록한 이경규는 환호성을 지르며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몰래카메라였다. 미리 컴퓨터를 조작해 놓은 제작진은 이경규가 어떻게 치던 무조건 홀인원이 되도록 준비했던 것이다. 잠시 후 홀인원의 흥분을 가누지 못하는 이경규에게 이혁재가 멘트를 날린다. “자! 여기까지 몰래카메라였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이경규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혁재가 대충 날린 샷이 홀인원 되는 걸 보고서야 비로소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몰래카메라에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어떻게 나를 속일 수 있죠? 지금까지 홀인원을 단 두 번 경험해 봤어요. 한 번은 골프장이 공사 중이라 임시로 만들어 놓은 45야드 파3홀에서 홀인원을 했지만 ‘45야드 홀인원’이라 별로 인정도 못 받은데다 그 홀도 이미 사라져 버렸어요. 오늘이 두 번째인데 스크린 골프에서 그것도 ‘사기 홀인원’이네요.(웃음) 홀인원되는 순간엔 정말 너무 기뻤는데 몰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하더라고요.”
그가 속은 이유는 두 가지. 워낙 골프를 좋아하는 데다 이기고 싶은 욕심이 너무 컸던 탓이다. 게다가 당시 샷이 잘 맞은 것도 일조했다. 만약 잘못 맞았는데 홀인원이 됐다면 눈치 빠른 이경규가 속지 않았겠지만 그러기엔 샷이 너무 잘 맞았다.
기존 골프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콘셉트인 골프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 <이경규의 골프의 신>을 처음 기획한 사람은 ‘역시’ 이경규였다.
▲ MBC ESPN <이경규의 골프의 신> 프로그램 녹화 현장. | ||
<이경규의 골프의 신>은 스포츠의 의외성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출연자에게 코너마다 한 번씩만 샷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엉뚱한 샷이 나오고 실력 이상의 멋진 샷도 터지는 생생한 스포츠의 매력이 살아 넘친다.
“사실 나이가 든 40~50대가 오락프로그램을 보면 웃기에 하찮아 보일 때가 많아요. 그런데 골프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보시면서 공감하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96년에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는 경력 13년차의 이경규는 평균 80~85타 정도를 치고 열심히 치면 싱글도 나오는 실력파 골퍼다.
“헬스클럽에 다른 운동하러 갔다가 우연히 골프채를 처음 손에 잡았어요. 사람이 없기에 한 번 쳐볼까 하다가 도저히 채로 공을 맞추지 못하겠더라고요. 이게 뭐냐 싶은 마음에 성격이 ‘열려가지고’ 그 때부터 골프에 미치게 됐죠.”
이날 방송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그가 오랜만에 <몰래카메라>와 조우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이번엔 당하는 입장에서. 이 얘기가 나오자 이경규는 변함없는 <몰래카메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몰래카메라>가 ‘안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됐을 때 정말 속상했어요. 시원하게 웃기려면 쎈 게 필요한데 그러면 난리를 치고 재미없으면 또 뭐라고 하고. 외국에선 더 잔인해요. 잔인하게 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계속된 비판으로 평범해진 게 가장 아쉬워요.”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그는 여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예능프로그램을 준비하며 1세대 MC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게다가 <복면달호>를 통해 영화제작자로도 우뚝 선 그는 올 연말 개봉을 목표로 차기작 준비에 한창이다. 이번에도 장르는 휴먼 코미디인데 <복면달호>의 트로트처럼 독특한 소재를 준비 중이라고. 이경규의 전성시대는 2008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