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온에어>의 한 장면으로 극중 톱스타 오승아가 재벌가 2세와 만나는 장면. | ||
특히 <온에어>의 한 축인 매니저들의 세계는 더욱 그러하다. 속된 말로 ‘더럽고 치사한’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매니저들이 <온에어> 속 장기준(이범수 분)처럼 언제나 인간적이고 멋질 수만은 없다. 익명을 요구한 전·현직 매니저 5명을 통해 그들이 바라보는 연예계, 그 가감 없는 생생 스토리를 들어봤다.
@연예인 성매매와 스폰서
“저 어때요? 많이 싸 보여요?(중략) 하룻밤 데리고 놀자는 거면 수작 걸지 마시란 얘기예요. 제가 아직 손을 안타서 3년짜리 광고로는 명함 못 내미세요.”
<온에어> 1회에 나오는 수억 원대 광고를 미끼로 은밀한 하룻밤을 제안해온 재벌 2세와의 저녁식사에서 톱스타 오승아(김하늘 분)가 던진 대사 가운데 일부다. 이 장면은 루머로만 떠돌던 소위 연예인 성매매를 다뤄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자존심 강한 오승아는 단박에 거절했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벌어지곤 한다는 게 매니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우선 이런 부적절한 만남은 크게 일회성 만남인 ‘성매매’와 기간계약인 ‘스폰서’ 두 가지로 나뉜다. 특히 심각한 부분은 스타가 투자자 개념의 남성과 스폰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런 투자자들이 스타와 연결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전문 마담뚜가 투자자와 연예인을 이어주는가 하면 투자자가 직접 매니저나 연예인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간혹 매니저의 다양한 인맥과 만남 속에서 자연스레 스폰서가 연결되는 일도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스폰서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막 성장하고 있는 연예인의 경우 스폰서와 계약하게 되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더 큰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 취재에 응한 한 연예기획사의 A 이사는 몇 년 전 자신이 키운 가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국내뿐 아니라 일본 야쿠자, 중국 삼합회 등에서 연락이 쏟아졌다고 털어 놓았다. 다짜고짜 전화해 “몇 개월에 몇 억이면 되겠느냐”는 등의 단도직입적인 스폰서 제의를 해왔다는 것. 한창 크고 있는 가수를 생각해 매번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한동안 스폰서 제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A 이사는 “극소수의 매니저는 돈에 목을 매고 스폰서 잡기에 혈안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매니저들은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물론 악질 매니저도 존재한다. 취재에 응한 매니저들이 모두 언급했을 정도로 유명한 어느 매니저는 수십 명의 여자 톱스타를 탄생시켰지만 그 이면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고 한다. 몸 로비를 강요하는 것은 예사, 심지어 자신의 성노리개로 삼기까지 했다는 것. 결국 이 매니저 밑에 있던 배우들은 대부분 성공했으면서도 그만큼 악성 루머에도 많이 휘말려야 했다.
15년 넘게 매니저 생활을 한 B 이사는 “강남의 한 유명 아파트가 스폰서 있는 연예인들의 근거지라는 말까지 있다”며 “3개월 6개월 단위로 계약하고 스폰서가 그 아파트를 드나든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극소수지만 스스로 스폰서를 원하는 스타들도 있다고. 하지만 그런 연예인들은 결국 돈에 얽매여 매니저를 배신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기획사들 톱스타 쟁탈전
드라마 <온에어>에서는 톱스타 오승아를 둘러싼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치열한 쟁탈전이 그려지기도 했다. 중·대형기획사 등을 거쳐 잔뼈가 굵은 C 팀장은 “그 부분만큼은 현실이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얘기한다. 이런 까닭에 최근 들어 연예인과 엔터테인먼트 회사 사이의 송사가 급증하고 있기도 하다.
가수 매니저로 8년을 일해 온 D 실장은 “A급 스타가 한 명만 있어도 엔터테인먼트사 운영이 여유로워지는 만큼 인기 스타들의 쟁탈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기획사의 친한 매니저와 같이 밥을 먹다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그가 내 배우한테 계약 만료기간을 물어본 뒤 계약금 등을 제안하며 채간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보통 원만한 합의 하에 소속사 이전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돈과 의리 사이의 문제다 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지난해 법적 공방으로 떠들썩했던 한 여성 톱스타의 소속사 이전 과정이 대표적이다. 그 여성 스타가 소속사를 옮기자 전 소속사 측에서는 쥐고 있던 약점을 빌미로 은밀히 인신공격을 시도한 것. 전 소속사에서는 그를 띄우기 위해 이용했던 몇 가지 전략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언론사에 흘리며 압박해 들어갔다. 이로 인해 그 여성 스타는 한동안 심한 마음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B 이사는 90년대 유명 혼성 그룹이 소속사를 이전했다가 표절시비에 휘말려 매스컴으로부터 대대적인 질타를 받고 재기가 불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일화를 예로 들었다. 전직 매니저 E 씨는 “그땐 가수들의 표절이 한창 많을 때였는데도 그 그룹만 몰매를 맞았다”며, “실상은 전 소속사에서 PD 등 친한 방송가 인맥들을 총동원해 공격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배신과 그 뒤를 잇는 보복의 드라마가 끊이지 않고 펼쳐지는 곳이 연예계라는 것. 특히 스타를 쟁탈하는 과정에서의 배신은 금전적 부분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엔터테인먼트사 입장에서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배은망덕형’ 연예인들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게 매니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까닭에 자신이 키운 연예인을 자기 손으로 끌어내리는 경우도 있다. E 씨는 몇 년 전 당시 친한 선배 매니저의 부탁을 받고 신인 가수의 홍보를 도왔다고 한다. 소위 홍보 매니저로 영입된 것이었는데 그는 최선을 다해 뛰어다닌 결과 케이블과 지상파 방송 등 한 달 보름간의 스케줄을 잡아놓는 데 성공했다. 금전적인 로비는커녕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홍보 비용조차 없는 상황에서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출연 스케줄을 잡았다. 게다가 공중파 데뷔 무대를 위해 자비로 무대장치를 화려하게 꾸미는 등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한다. 또한 신인가수 손을 잡고 직접 방송국을 돌아다니며 예능 PD들을 찾아 그의 언변과 재주를 어필해 당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야심만만> <상상플러스>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두 달여 사이 훌쩍 커버린 신인 가수와 일을 부탁한 친한 선배 매니저는 마치 자신들이 잘해서 성공한 양 그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E 씨는 말 그대로 배은망덕한 신인가수가 혼자서 큰 게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자신의 인맥으로 띄운 스타인 만큼 다시 그 인맥을 동원해 그를 끌어내리고 만 것. 지금은 그 가수를 기억하는 이들조차 없을 정도로 그는 금세 잊히고 말았다. E 씨는 “고생 고생해 키운 스타를 직접 끌어내리면서 나라고 기분 좋았겠냐”면서도 “하지만 배은망덕은 용서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금전로비와 끼워팔기
그 만큼 매니저에겐 인맥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 허점이 있다면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로비다. 수천 명의 신인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신인의 방송(영화) 출연은 그의 실력과 무관하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이유로 아무리 개선되고 달라졌다고 해도 끝내 로비문화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고.
물론 변화는 있었다. 톱스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끼워팔기’ 등의 방식으로 신인의 원활한 데뷔를 유도하고 있는 것. 게다가 금품 로비가 종종 검찰 수사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있어 이를 의식적으로 회피하는 방송(영화) 관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그럼에도 일부에선 여전히 방송(영화) 출연의 기회를 사고파는 행태가 종종 벌어지곤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역을 따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하기 위해 금전 로비를 벌이는 경우 매니저들은 보통 ‘구좌를 튼다’는 표현을 쓰는데 각각의 경우마다 소요되는 금액의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맺은 인맥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매니저들의 중론. 그때부터는 돈보다 선물로 공략한다. 금전 로비의 경우 훗날 문제의 소지를 남겨두는 위험 요소가 많아 의도적으로 선물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최근 어느 톱스타 매니저는 잘나가는 영화감독에게 고급 외제차를 선물했다는 얘기가 연예계에 나돌고 있다고 한다. 자발적인 선물인 만큼 감사의 표시, 부탁의 마음을 담은 선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종종 방송국 PD나 영화감독 등이 먼저 선물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D 실장은 “선배 PD들한테 배웠는지 요즘 젊은 PD 가운데 몇몇은 정말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라며 “얼마 전 한 가수 매니저는 어느 PD를 따라갔다가 60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사줬다는데 그 외에 골프채나 골프가방 등을 요구하는 PD들도 여러 명이다”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다. 일부 방송작가들은 화이트데이 등 기념일까지 꼼꼼히 챙겨줘야 하며 여성작가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의류나 연예인 미용실 이용권이라고. 해외여행권도 좋은 선물로 꼽히고 있다.
수년 동안 연예계 안에서 살아가는 매니저들이 보는 연예계는 치열하다. 간혹 치사하고 비열한 방식들이 자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취재에 응한 5명의 매니저들 역시 “연예계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의 얘기일 뿐으로 연예계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