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G84라는 그룹명만 들어서는 언뜻 일본의 유명 아이돌그룹 ‘AKB48’을 떠올리게 하는데, 여기에는 의미가 숨어 있다.
고하마섬의 K, 할머니의 친근한 표현인 바짱의 B, 그룹의 G, 그리고 멤버들의 평균 나이 84를 따온 것이다.
본래는 민요 등을 부르는 평범한 합창단이었다. 할머니들이 사는 고하마는 오키나와 본섬에서 400㎞ 떨어진 섬으로 인구는 불과 650명. 주민 5명 가운데 한 명이 65세 이상인 ‘고령의 섬’이기도 하다. 약 20년 전, 이곳에서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우물가 회의를 거쳐 합창단을 결성했던 것이 시초였다. 이후 싱어송라이터 쓰치다 기쿠오 씨(57) 지도 아래 아이돌 그룹화 됐다.
멤버들이 워낙 고령이다 보니 아침 스케줄은 혈압 측정부터 시작한다. 1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 휴식이 필수. 연습실에서는 모두 의자에 앉은 채 안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걸그룹이 그렇듯 ‘연애금지’라는 엄격한 규정도 존재한다고.
얼마 전에는 첫 싱글앨범 ‘컴 온 앤 댄스(Come on and Dance) 고하마’ 발표와 함께 뮤직비디오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노래는 비교적 템포가 빠른 댄스곡. 아름다운 오키나와 바다를 배경으로 명주옷에 붉은 머리띠로 한껏 치장한 할머니들이 손뼉을 치며 귀여운 율동을 선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했다.
그런가 하면 콘서트도 무사히 치러냈다. 첫 앨범 발표를 기념해 도쿄에서 가진 공연에서 800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성공적인 데뷔무대를 마친 것. 다만, 율동과 가사를 할머니들이 자주 잊어버린다는 게 흠이다.
그래서인지 공연 홍보물에는 ‘가사 내용은 할머니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라는 친절한(?) 안내문이 적혀 있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