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가수 홍보엔 대학축제만 한 무대가 없다고 한다. 가수 장윤정, 마야, MC스나이퍼 등도 뛰어난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 매너로 대학축제를 통해 인지도를 쌓게 됐다고. | ||
“원더걸스, 소녀시대가 학교에 와주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몇몇 대학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거듭되는 학생들의 요청에 각 공연기획사들이 앞 다퉈 그들을 섭외하려 하지만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모두 방송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상태. 이 때문에 올해 대학축제 무대에서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A 그룹도 대학생들의 열렬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범하게도 단 3곡을 부르는 조건으로 2500만 원을 불렀다. A 그룹과 비슷한 인기의 가수들이 대개 1000만~1200만 원가량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놀랄 만한 금액이다. 이에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높은 금액을 책정하는 것은 대학축제무대에 서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현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액수를 맞춰 준다면 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가장 인기 있었던 B 그룹도 2500만 원을 받고서야 대학축제 무대에 선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 개개인이 아니라 대학 측이 선호하는 가수는 앞서 언급된 인기 아이돌그룹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은 축제에서 부르는 곡수와 수용 팬층이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해당 대학생이 아닌 팬들이 몰려와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기피한다는 것. 더 큰 이유는 반짝 와서 한두 곡 부르고 가버리는 아이돌 그룹은 기본적인 축제 열기를 상실시키기만 할 뿐이라는 데 있다. 이런 이유로 각 대학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으면서도 열심히 학생들과 놀아주는 가수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한 공연기획사는 “학교축제에서 학생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가수들은 가요 순위와 상관없는 가수들”이라며 “볼거리, 들을 거리, 놀 거리 삼박자를 갖춘 가수가 사랑받는다”고 말했다. 주로 크라잉넛 노브레인 윤도현 밴드 등 록가수들과 DJ D.O.C MC스나이퍼 다이나믹 듀오 등 힙합가수들, 그리고 신세대 트로트 가수 장윤정 등이 손꼽힌다.
최근 2~3년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섭외 1순위 대상은 가수 싸이와 아이비였다. 하지만 축제 무대의 양대 산맥이던 두 가수는 각각 군 입대와 동영상 협박 파문 등으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 학교 축제 때마다 대학생들의 열렬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마야, MC몽, 이승기. | ||
그렇다면 이들의 섭외비는 어느 정도나 될까. 오랜 시간 대학축제를 전담해 온 공연기획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5년 전 메인가수 한 명의 섭외비가 600만 원선, 2~3년 전에는 800만~900만 원 정도였는데 요즘엔 1000만~1200만 원을 선뜻 내놓는 학교도 많다고 한다. 그는 또한 “요즘은 축제 초청 가수가 누구냐에 따라 학교의 능력이 판가름되기 때문에 학생회뿐만 아니라 학교 측에서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가수를 제외하고는 보통 700만~800만 원에서 섭외가 되며 무난한 B급 가수들의 경우에는 400만~500만 원에 계약이 된다.
이렇게 큰 액수가 오가다 보니 무조건 명문대를 선호하던 연예인들의 추세도 많이 바뀌었다. 요즘 일정이 겹치면 학교를 따지기보다는 돈의 액수에 따라 학교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액수가 많아도 기피할 수밖에 없는 학교도 있다. 바로 서울에서 먼 지방대다. 지방대로 공연을 갈 경우 하루를 버려야 하기 때문. 따라서 서울에 일이 있거나 이미 몇 개의 일정이 잡혀있는 경우는 지방대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가수의 일정이 겹쳐 30분 간격을 두고 이 대학 저 대학으로 움직여 다녔던 풍경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야 가수가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거나 약속된 시간에 늦어도 으레 그러려니 했지만 요즘엔 대학 측이 이런 불안정성을 꺼려해 최대한 스케줄이 겹치지 않는 연예인을 섭외하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제에서 사랑받는 가수들의 스케줄도 하루 2~3개를 넘기지 않게 됐다.
또 한 가지 달라진 모습은 오히려 노련한 가수들은 최대한 스케줄을 조정하며 학생들과 호흡을 맞추려 노력하는 데 반해 신인가수들이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는 부분이다. 예전 신인들의 경우는 교통비만 받거나 50만 원 정도의 출연료로도 무대에 설 수 있었지만 요즘은 무조건 300만 원은 받겠다고 주장한다는 것. 대형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신인가수 홍보에 대학축제만한 무대가 없다. 장윤정, 마야, MC 스나이퍼 등도 모두 대학축제를 통해 인지도를 쌓게 되고 공중파 출연에 큰 힘을 얻게 됐다. 그런데 요즘엔 이런 홍보효과를 생각하지 못하고 높은 값만 부르는 신인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 축제에서 학생들과 어울리며 공연을 하는 노브레인은 높은 섭외 선호도를 보인다. | ||
이렇듯 대학축제가 연예인들의 ‘홍보의 장’이자 ‘짭짤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게 되자 그 사이에서 자기 주머니나 채우려 하는 매니저들도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공연기획사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일부 몰지각한 매니저들의 횡포를 비난했다. 특히 대학축제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연예인 C의 매니저는 ‘못 봐줄 정도로 콧대가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C는 각 축제에서 가장 환영받는 가수로 뛰어난 쇼맨십과 학생들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지니고 있어 인기가 높다. 이런 상황을 악용한 매니저가 공연기획사 관계자들에게 지나치게 거들먹거린 데다 웃돈을 요구하기도 해 미운털이 톡톡히 박혔다고.
교묘히 사기를 치는 매니저도 있다. 기획사에 제시한 금액 중에서 일부를 자신의 주머니로 빼돌리는 이들이 있는 것. 축제로 인기를 얻은 연예인 D의 전 매니저가 기획사와 가수 중간에서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이 때문에 이 매니저가 있는 동안 D의 몸값이 이상하리만치 높아 기획사들로부터 D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연예인으로 괜한 오해를 사기도 했다. 다른 가수들과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 기획사와 가수가 직접 얘기를 나누다 금액 차이가 들통 난 경우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다행히 요즘은 출연료를 지불하는 대학 측에서 소득공제를 하는 등 꼼꼼하게 액수를 따지고 있어 가수들이 손쉽게 출연료 액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매니저의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많지 않다고.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매니저의 인간 됨됨이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며 “대학축제 시장이 커진 만큼 출연료가 적정수준으로 맞춰질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