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보해양조가 출시한 3도 탄산 소주 ‘부라더#소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식당 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순한 소주들.
지난 16일 서울 홍대앞 한 식당을 기웃거리던 대학생이 착석하기 전 ‘부라더#소다’의 입고 여부부터 물었다. 말없이 ‘부라더#소다’가 보관된 냉장고를 가리키는 종업원을 보고선 그제야 밖에 대기하고 있던 일행들을 불렀다. 2일 보해양조가 출시한 3도 탄산 소주 ‘부라더#소다’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업주는 “올해 초 ‘순하리 처음처럼’이 출시됐을 때랑 비슷하다. 워낙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 바깥에 빈 병을 매달아 놨다. 주변에 파는 곳이 많지 않아 광고효과도 되고 일석이조다. 매일 보유 물량을 다 소진하고 있어 어제부터 가격을 1000원 올렸음에도 잘 팔린다. 마음 같아서는 물량을 더 받고 싶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요즘은 인기 주류를 확보하는 게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과일 소주를 위협하고 있는 ‘부라더#소다’는 기존 소주에 탄산을 더한 제품이다. 여기에 화이트 와인을 베이스로 해 풍미를 살렸으며 알코올 특유의 맛과 향을 없앤 대신 소다 맛으로 달콤함을 강조했다. 알코올 도수를 3도로 대폭 낮춘 데다 청량감 덕분에 특히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750㎖의 대용량으로 용기는 탄산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페트병을 이용한 점도 이색적이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탄산이 함유된 한국형 RDT(Ready To Drink) 제품이다. 최근 주류 시장은 소비 패러다임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부라더#소다’ 출시를 계기로 주류의 새로운 장르 창출 및 주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부라더#소다’는 절묘한 시기에 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단 과일 소주의 인기가 잠시 주춤한 상태다. 또 음료, 화장품 등 사회 전반적으로 탄산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 ‘탄산주’라는 낯선 콘셉트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이 시간에도 각 업체에서는 먼저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 위해 다양한 콘셉트의 주류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요즘은 워낙 트렌드 변화 주기가 짧아 일정 규모 이상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선발주자만 살아 남는다”며 “그걸 알면서도 경쟁업체에서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유사 상품을 내놓는다. 탄산주도 과일 소주처럼 곧 여러 업체에서 유사 상품이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질수록 원가 절감 및 소비량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지금의 저도 소주 열풍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술답지 않은 술을 자꾸 만들어낸다”는 애주가들의 불만은 다양한 도수의 제품을 만들어내 잠재우고 있다.
과일 소주 덕분에 새로운 수출 길도 열렸다. 지난달 대선주조는 ‘시원블루 자몽’ 2만 4000병을 중국으로 첫 수출했다. 중국 수입전문회사인 삼풍화무역유한공사가 현지인을 상대로 국내 시판되는 과일 소주 제품으로 시음회를 연 결과 ‘시원블루 자몽’의 선호도가 높아 수출이 결정됐다.
주로 중국 내 교민들을 상대로 한 기존의 수출 형태와 달리 현지인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높다. 독한 고량주에 익숙한 중국 소비자들에게 과일 소주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경우 상당한 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를 벗어나 ‘신 한류 열풍’까지 꿈꾸는 저도 소주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소주 춘추전국시대’ 주점에선… ‘오버페이스’ 떡실신녀 급증 순하리 때문에 미치리~ 식당, 술집 등 소주를 취급하는 업주들은 매달 신제품이 나오는 지금의 상황에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품 출시 초기 희소성을 이용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거나 주류 매출이 오른 업주들은 소주 열풍이 계속되길 바라고 있다. 한 음식점은 ‘부라더#소다’ 빈 병을 옥외광고판에 매달아 놓고 판매 중임을 알리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저도 소주 열풍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업주도 많았다. 경기 성남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신 아무개 씨(32)는 너무 많은 소주 종류 때문에 보관과 주문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신 씨는 “가게가 작아 술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가 한 대밖에 없다. 그런데 워낙 다양한 제품이 나오니 이를 다 보관하기 힘들다. 똑같은 자몽 맛이라도 고객에 따라 선호하는 업체가 다르니 모든 제품을 보유하지 않으면 불평이 쏟아진다. 손님은 밀려드는데 무슨 맛이 있는지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인기가 없는 맛을 끼워 파는 주류업체들도 얄밉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일부 소규모 술집에서는 아예 저도 소주를 취급하지 않는 곳도 많이 생기고 있다. 업주를 괴롭히는 또 한 가지는 ‘단맛에 취한 손님’들이다. 자신의 주량은 생각하지 않고 달달함에 계속 술잔을 들이키다 결국 인사불성이 되는 것. 특히 소주를 기피하던 여성들이 음주량을 조절하지 못해 갑자기 잠이 들거나 쓰러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서울 홍대앞의 한 포장마차 업주는 “올해 초 ‘순하리 처음처럼’이 출시됐을 때 만취한 손님이 정말 많았다. 한 번은 여성 두 명이 각자 한 병씩 순하리를 마시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아무리 깨워도 정신을 차리지 못해 새벽 늦게까지 가게 문을 닫지도 못했다. 가게에서의 난동, 화장실에서의 실례는 기본이다. 서빙을 할 때마다 이것도 술이니 과음하지 말라고 매번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 더 이상 저도 소주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