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금기는 종종 작품의 리얼리티를 제한하는 등 드라마의 예술적인 창작 작품으로서의 기능을 위축시키곤 합니다. 최근 SBS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도 흡연 장면을 두고 상당한 내부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입니다. 문제의 장면은 재인(진재영 분)이 맞선 본 남성과 단 2개월 만에 결혼하는데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입니다. 낭만주의자를 꿈꾸지만 실제는 철저히 현실주의자인 재인은 서른 평 아파트를 갖춘 비뇨기과 의사라는 조건을 보고 결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런 재인의 심리를 보여주기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제작진은 우선 담배를 피우는 장면과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는 장면을 촬영한 뒤 어느 것을 사용할지를 두고 고민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결론은 ‘리얼리티’보다 ‘심의 규정’, 결국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는 장면이 전파를 탔습니다.
담배는 등장인물의 고민이나 번뇌 등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되곤 했습니다. 물론 그런 장면들을 위해 반드시 담배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담배 하나로 획일화 됐던 내적 갈등 표현의 상징물이 다양해질 수 있고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급적 흡연 장면을 줄이는 것과 무조건 금지하는 것 사이에는 그 틈이 너무 큽니다. 결혼에 대한 갈등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며 과연 청소년들이 ‘연예인이 멋있게 담배를 피우니 나도 피워봐야지’하고 생각할까요? 이제는 드라마 속 음주 장면까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음주 장면도 줄이면 좋겠지만 아예 금지시켜 버린다면 드라마와 현실이 너무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겁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