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검찰총장 체제가 시작되는 12월 초부터 검찰 수사의 방향은 정치권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높다. 위 사진은 안개 낀 국회의사당 전경. 일요신문 DB
# 11월까지는 이명박 정부 타깃 기업수사에 올인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1~4부는 사실상 기업수사에 모든 전력을 쏟고 있다. 특수1부는 농협 비리와 체육계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고, 특수2부는 6개월째 포스코를 털고 있다.
포스코 비리 수사 중에 포착된 서희건설의 경우 특수4부에서 보고 있으며, 특수3부는 KT&G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하나같이 이명박 정부에서 목소리깨나 높았던 인사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 수사와 관련, 검찰은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과 이병석 의원 소환조사를 남겨놓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국회 국정감사와 추석연휴 등의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월 취임 후 줄기차게 이명박 정부를 타깃으로 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포스코와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청와대 하명이 있었고, KT&G와 농협의 경우 두 사건 수사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 캐비닛에 들어 있던 것을 끄집어 낸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서울중앙지검에서 다른 기업 사건을 할 여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 안팎에서 효성과 유력 포털사이트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새 총장 취임 이후 고위공직자 대상 사정수사 스타트
10월 초, 국정감사가 끝나면 법무부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본격적인 차기 총장 후보 검증에 나선다. 추천위가 3배수 추천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 중에서 한 명을 최종 낙점한 후 인사청문회까지 거치는 것을 감안하면 12월 초에는 새 총장체제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검찰 수사의 방향은 정치권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야당 중진 의원이나 여당 의원 등에 대한 내사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도 검찰이 이들에 대한 수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 않은 것은 기업 수사에 ‘올인’하느라 여력이 없기도 했지만, 시기적으로 다소 이르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한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해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을 정계개편과 맞물려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결국 여야가 공천경쟁으로 한바탕 내홍을 벌일 때 검찰이 사실상 교통정리를 해주는 측면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검찰 수뇌부에서도 해당 의원에 대한 수사 여부와 관련해선 “당장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경우 서울중앙지검뿐만 아니라 전국 일선 지청이 함께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초 공직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했을 때부터 이 같은 전망은 이미 나왔다. 지역 토착비리를 수사하던 중 박기춘 새정치연합 의원의 비리 혐의를 밝혀냈던 것처럼 전국 일선청에서 지역구 의원들과 토호들 간의 유착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는 게 검찰의 판단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대검찰청 반부패부에서 일선청의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인사는 “검찰 수사 방침이 그렇다면 한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다선 의원들이 주로 타깃이 될 수 있다.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 수사로 인해 여든 야든 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할 수 있다”며 “특히 새누리당 내 김무성-유승민 라인과 친박계 간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을 감안하면 검찰이 예상보다 ‘살생부’를 많이 갖고 있을 수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했을 때 지역구 의원들을 단 한 명도 부르지 않았던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 검찰 스탠스 차기 총장 구도에도 영향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검찰과 정치권 안팎에선 박 지검장이 최근 ‘김수남 대세론’을 꺾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 수사에서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과 이병석 의원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차기 총장에 가장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포스코 수사 6개월 만에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여당과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최근 들어 청와대와 여당을 중심으로 박 지검장에 대한 얘기가 더 많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박 지검장이 김 차장처럼 고공플레이는 안 되는 사람이지만 박근혜 정부를 위해 밀어붙이는 모습을 청와대가 신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