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약진은 경제 사령탑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구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금융권의 새로운 ‘성골’로 떠오르고 있는 ‘K-T’라인에 어떤 인물들이 포진해 있는지 들여다봤다.
금융 공기업과 그 계열사에는 대구고를 졸업한 최경환 부총리의 고교 선후배가 유독 많다.
대구고는 1958년 개교해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때문에 졸업생도 다른 명문고들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동문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도 대구고 동창회는 다른 여타 명문고들 못지않게 활발해 선후배 사이가 돈독하기로 유명하다. 눈에 띄는 점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금융 공기업과 그 계열사에 최경환 부총리의 고교 선후배가 유독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대구고 출신 금융권 인사로는 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꼽힌다. 경북 경주 출신인 이 전 회장은 최경환 부총리의 대구고 6년 선배다. 우리금융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가소유 금융회사였다.
15회 졸업생인 최 부총리의 동기들도 금융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400조 원이 넘는 국민연금 자금운용 최고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홍 본부장은 최 부총리와 동기동창으로 서로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에도 대구고 인맥이 다수 존재한다. 수석부행장 후보에 올랐던 김윤태 KB데이타시스템 사장, 구동현 산은캐피탈 사장 등이 최 부총리와 대구고 동문들이다.
증권가에서는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이 최 부총리의 대구고 후배다. 전 부사장은 행정고시(행시) 29회로 행시 22회인 최 부총리와 공직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최 부총리의 금융학맥을 말할 때 연세대 인맥을 빼놓을 수 없다. 연세대 경제학과 75학번인 최 부총리는 금융권 곳곳에 포진한 연대 상대 출신 고위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은 총재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수장인 이주열 총재도 최경환 부총리의 연세대 동문이다. 이로써 경제정책-금융정책-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당국 수장 3인이 모두 연세대 동문으로 채워졌다.
이밖에 여성 최초로 행장 자리에 오른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한조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등도 연세대 출신 대표 금융인맥으로 꼽힌다.
최 부총리를 앞세운 대구고의 약진에 최근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금융권에서 고교 학맥을 논할 때 경기고등학교를 빼놓을 수는 없다. 한때 금융권에서는 경기고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민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경기고는 1900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고등학교이니만큼 오랜 시간 수많은 인물이 거쳐 가며 막강한 인맥을 쌓아왔다. 특히 전국에서 모여든 최고 수재만 입학할 수 있었던 1970년대 초반까지의 졸업생들은 누구라 할 것 없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중추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 68회 동창생들이 선두주자를 형성하고 있다. 각각 부산, 전남 광양, 서울 출생으로 출신지역이 다른 세 사람은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한 이른바 ‘KS라인’을 형성하며 금융권을 주름잡았다.
산업은행에도 경기고 출신이 많다. 우선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경기고 67회 출신이다. 그는 취임 1년 만인 지난해 사외이사 후보들을 추천했는데, 이 중에 경기고 동문 두 사람을 포함시켰다. 신희택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와 정혜영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가 그들이다. 신 교수는 홍 회장과 동기동창이이며 정 교수는 홍 회장의 1년 후배다. 홍 회장은 지난해 4월 이들 고교 동문 사외이사들을 제청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냈다.
이들 외에 김연배 한화생명 전 부회장, 남궁훈 신한금융 사외이사, 이진국 하나금융 사외이사, 하영원 삼성카드 사외이사 등도 경기고를 졸업했다.
이영복 언론인
금융 CEO 충청-호남 출신들 약진 TK-PK는 다 어디가고…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 수장자리에서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출신이 밀려나고 충청과 호남 출신이 약진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함 행장 외에도 충청 출신 금융 CEO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충남 보령), 이광구 우리은행장(충남 천안), 조용병 신한은행장(대전), 박종복 한국SC은행장(충북 청주) 등이 충청 출신이다. 호남 출신도 눈에 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전남 보성)을 비롯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전남 나주),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전남 강진),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전북 전주) 등이 호남 출신 금융 CEO들이다. 이들은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인물이다. MB정부에서 금융권을 장악했던 영남권 출신 인사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영복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