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GE캐피탈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어느 곳에 매각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른쪽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차를 제외하고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할 만한 투자자로 거론돼온 곳은 신세계와 대만의 푸본생명이다. 신세계의 경우 최근 ‘신세계페이’를 출시하며 ‘삼성페이’에 이어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03년 부실 지적으로 한미은행에 카드사업부를 매각했던 신세계가 현대카드의 지분을 인수하면 카드사업에 세 번째 진출하는 셈”이라며 “신세계페이뿐만 아니라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유통 사업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휴카드 출시가 적은 현대카드는 신세계와 함께 지난 5월 ‘이마트e카드’를 출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번 지분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었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현대카드 지분 인수와 관련해 현대차와 함께 실무자 논의도 수차례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각별한 친분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진행된 사항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된 푸본생명은 푸본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다. 푸본은 총자산 200조 원의 대만 금융그룹으로 생명, 화재보험, 은행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시가총액 20조 원과 당기순이익 2조 2000억 원으로 대만 기업을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중국, 베트남 등 해외진출도 활발하며 올 초 런던 부동산 3곳을 매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6월 현대라이프에 2200억 원을 투자, 지분 48%를 보유하면서 현대차(50.66%)에 이어 2대주주가 됐다. 앞서의 IB 관계자는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에 이어 현대카드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해외 사업 확대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NH농협카드도 현대카드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3월 11일 금융감독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NH농협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10.3%로 5위를 기록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NH농협카드의 체크카드 매출은 지난 2013년과 비교해 21.6% 증가했다. 수천 개에 달하는 은행 영업점, 지역조합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체크카드 소득공제율 확대 등 정부의 장려 정책이 NH농협카드 성장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지난 2013년과 비교해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현대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4위를 기록한 현대카드(10.7%)를 인수하면 1위인 신한카드(19.8%)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NH농협카드 관계자는 “특별히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칫국’ 소문은 계속 퍼져나가고 있지만 정작 현대차-GE 간 지분 처리 협상은 진행이 더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카드 내부 관계자는 “협상 진전이 어려운 이유는 가격 문제도 있겠지만, 현대카드에 대한 정태영 부회장의 애착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의 현대카드를 만들어 낸 정 부회장의 자부심과 애정이 커 회사 가치를 높게 부르고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최근 푸본의 경우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주춤한 상태라는 말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GE와 현대캐피탈, 현대카드의 합작 계약 기간이 지난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됐다. GE 측에서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지분 인수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