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장면#1] 한때 잘나갔던 한 의원실. 보좌진 중 한 명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투덜댔다. “국감 하면 보통 피감(기관)에서 도시락도 보내주고 이래저래 챙겨준다. 고생 많이 하신다면서”라며 “그런데 이번엔 밥알 한 톨 안 보인다. 끈 떨어졌다고 완전히 무시당했다”고 했다. 그는 “국감이 예전만 못한 것도 있지만 이젠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후속조치가 없어서 그런가…”라고도 했다.
[장면#2] 공공기관의 한 임원급 인사는 국감 기간 국회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면서도 “그리 힘든 줄 모르겠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작년하고 재작년 때 질의하던 것과 거의 대동소이하다”면서 “원래 국감은 새로운 게 터져야 이슈가 되고 그러는데 늘 묻는 거 물으면 우리도 대응하기 쉽고, 실제 질의서에는 있지만 현장에서 질문할 가능성은 적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서면으로 답변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거 제대로 보는 분들이 안 계시다. 대충 보내도 탈이 없었다”고 했다.
[장면#3] “○○○ 의원하고, △△△ 의원만 피하면 되는데 피감기관이 많아선지 불러는 놓고 질문은 안 하더라. 두 의원이 총선 준비로 바쁜 모양인지 질의하고서는 국감장을 그냥 나가버리시기도 했다. 총선이 코앞이니 마음이 다 거기 가 있지 않겠나. 상당히 느긋한 국감이었다.” 공기업 관계자의 귀띔이다.
부실국감을 하지 말자며 도입 사상 처음으로 추석을 전후해 1차, 2차 국감으로 나눈 제19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은 이렇게 ‘약발 떨어진’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감과 더불어 양당 모두 공천룰 파동을 겪었고, 선거구 획정 문제와 의원 정수 문제로 시한부 위기에 처함으로써 피감기관으로부터 무시도 당했다.
이번 국감만 잘 피하면 20대 국회에서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의원들에게 잘 보이려 손을 비빌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여당의 한 의원 보좌관은 “우리 방 식구 중 일부는 이미 지역구에서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국감 동원 인원이 고작 두 명이었으니 말 다 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임의 성형도구가 등장하고 섹스인형까지 국감장에 나타나는 등 ‘국감쇼’는 계속됐다. 총선을 앞두고 한 방 터뜨리려는 의원보다 희귀한 것을 들고 나와 카메라에 포착되려는 의원들이 더 많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회 스스로 레임덕을 불러온 셈이 됐다.
곧 예산안 정국이지만 이 또한 국회의 힘은 초라하다. 국회선진화법 탓에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12월 2일이면 자동적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견이 있다면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서는 “우리 스스로 우리 힘을 너무 덜어냈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예산특위의 한 위원은 “이제는 기획재정부가 우리에게 잘 부탁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빌어야 할 판이다”라고 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