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상류층에서 자녀를 위해 일찍 증여를 시작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생일 등 기념일을 맞아 주식, 예금을 선물하는 트렌드도 생겨날 정도다. 20대 중반인 김 아무개 씨(26)도 성년이 되면서부터 매년 일정 금액을 주식으로 증여받고 있다.
김 씨는 “대학 입학 기념으로 매해 3월에 맞춰 5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선물로 받는다. 10년 동안 5000만 원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 부모님도,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다. 향후 주가가 상승하면 증여세 없이 그만큼 이득을 보는 것이니 일석이조”라며 “솔직히 목돈이 있으니 생활하는 데 든든함도 느낀다. 어린 사촌동생들도 최소한의 세금을 내기 위해 10년 단위로 금액을 조절해 재산을 물려받고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10년간 미성년자는 2000만 원, 성년은 5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된다.
이러한 재산 증여는 불법이 아니기에 누구에게도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유명 인사들이 나서 적극 권유하기도 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지난해 말 코스피지수가 하락하자 손주의 백일선물로 주식 600만 원어치를 매수했음을 밝혔다. 종목까지 직접 골랐다는 황 회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자녀들을 비싼 유치원에 보내지 말고 주식을 사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교묘히 법망을 피해 불법으로 자녀들에게 ‘은수저’를 물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40대 초반의 이 아무개 씨는 매달 부모로부터 현금 300만 원을 받는다. 가정을 꾸렸음에도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데 실질적으로는 상속재산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 씨는 “현금으로 받는 건 생활비로 사용하고 우리 부부가 번 돈은 저축을 한다. 그리 큰 금액도 아니고 통장기록도 남지 않아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상속을 받으면 세금을 많이 내야하니 이런 식으로 재산증여를 받는 친구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증여세 공제범위에 포함되더라도 꼭 신고절차를 거칠 것을 조언한다.
공진영 세무사는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는 재벌가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많이 이뤄진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 비과세 내의 금액이라도 증여와 관련한 신고는 필수”라며 “신고를 했다면 증여받은 금액을 기반으로 재산 가치가 상승해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그 차액에 대해서는 세금과 관련한 마찰 소지가 적다. 하지만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엔 증여세 등 예기치 않은 세금으로 곤란한 상황과 마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