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게 그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나도 그럴 것 같아요. 결과가 두렵긴 하지만 한번쯤 그런 사랑을 경험해보고 싶거든요.”
영화 <키친>에서 신민아는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온 ‘상인’(김태우 분)과 결혼했지만 상인의 동생 ‘두레’(주지훈 분)에게 또 다른 색깔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첫사랑 남편에게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정들을 두레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것.
신민아 본인 역시 그런 상황에 처하면 그 길을 걷고 싶다고 얘기한다. 세상이 허락지 않는다 해도 한번쯤 그런 사랑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것. 그만큼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결혼 경험이 없는 신민아 입장에선 유부녀 역할 자체가 어려움일 텐데 ‘모래’(신민아의 캐릭터)는 솔직함과 독특함이 두드러지는, 다시 말해 평범치 않은 유부녀다.
“모래에게 다가가는 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모래는 감정에 솔직한 아이예요.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기보다 그때그때의 감정을 물 흘러가듯 따라가거든요.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눈 게 큰 힘이 됐어요. 감독님 안에 모래의 모습이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여 감독님이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게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영화 <키친>의 홍지영 감독은 <궁녀>의 김미정 감독,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과 함께 3대 신예 여성 감독으로 분류된다. 개그맨 윤정수의 첫사랑으로
배우가 줄어들고 CF 스타만 늘어가는 요즘 연예계에서 신민아는 매우 부지런한 배우다. 지난해 <무림여대생>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고고70> 등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올해 초 다시 <키친>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급격히 출연량을 늘린 신민아는 거듭된 변신을 시도하며 연기의 폭도 넓혀가고 있다.
“원래 낯가림이 심해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런 부분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변화는 함께 작업한 주지훈 역시 인정했다. 드라마 <마왕>에 이어 <키친>에서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주지훈은 “20부작 드라마를 함께하며 신민아 씨를 많이 알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만난 신민아 씨는 또 많이 다른 느낌이라 놀랐고 또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변화를 신민아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작품 활동은 오래했지만 전 변화가 거의 없는 여배우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고고70>에서 나름 파격적인 변신을 한 뒤 생각이 변했어요.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 <고고70>을 선택했는데 그 이후 관객들 역시 신민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 같고 저 역시 욕심이 많아졌어요. 그 욕심으로 <키친>에도 출연하게 됐죠.”
영화 <고고70>에서 신민아는 몸의 굴곡이 드러나는 드레스, 비키니 스타일의 무대 의상 등을 입고 섹시한 고고 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선 아무래도 주제가 불륜이다 보니 베드신도 빠질 수 없다. ‘15세 관람가’를 염두에 둔 영화라 노출 수위는 높지 않다. 하지만 처음으로 시도한 베드신에 관련된 질문 앞에서 신민아는 “아직 완성된 영화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라며 부끄러운 미소만 지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