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스타의 연인> 한 장면으로 극중 이마리(최지우 분)가 대필 의혹 기사를 읽고 있는 모습. | ||
16년 동안 출판업계에 몸담아 온 이 아무개 씨의 말이다. 이 씨의 말에 따르면 시중에 나와있는, 혹은 준비 중인 스타들의 책 상당수가 대필자들의 손을 거쳤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대필 풍조는 방송인 정지영의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번역 사건 이후 출판사들이 워낙 쉬쉬하는 까닭에 대필 사실을 밝혀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 출판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심지어 대필이 이뤄진 출판사 내에서도 사장과 담당직원만 대필자와의 계약 및 대필 건을 진행하기 때문에 같은 출판사 직원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그런가 하면 정지영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책을 낼 준비를 하던 한 여자 연예인은 “이런 때에 책을 냈다가는 100% 대필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발간을 미루고 지난해 하반기에 책을 내기도 했을 정도로 대필의혹에 휩싸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렇듯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대필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 책을 준비 중인 여자연예인 A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A는 과거 인기에 비해 현재 연예계 생활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스타로 재기 및 경제적 도움을 위해 서적 발간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다소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장르의 책이라 대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특히 A는 만약 책 발간 후 대필의혹이 불거질 경우 자신의 최측근이 도움을 줬다고 얼버무릴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주변인들을 비롯해 출판사 측에서도 출간을 하지 않을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A는 정지영 대리번역 사건 때와 같은 대필 파문 및 방송활동 정지를 각오하고서라도 책을 내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남자연예인 B는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내면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국문학 전공자에게 대필을 부탁하기도 했다. B의 책을 대신 써준 대필자는 대필료 대신 취직자리를 보장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연예인 이름 뒤에 자신을 숨기고 글을 써준 대필자들은 얼마의 보수를 받을까.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출판사 내부인들도 알 수 없을 만큼 보안을 철저히 하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출판 관계자들은 연예인 인지도와 대필자의 경력에 따라 400만~150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보통 대필자들은 한 번에 대필료를 받는 추세지만 간혹 작가가 받는 인세의 일정부분을 받기로 계약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5년 간 출판업에 종사해 온 김 아무개 씨는 “인세를 받는 경우 보통은 2~3%를 받는다”며 “가장 많이 받는 경우도 5%로 대필자가 대필로 많은 수익을 얻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이런 까닭에 대필자는 출판사 관계자나 스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 주를 이룬다.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던 여자 연예인 C는 평소 각별한 사이로 지내던 기자가 글의 대부분을 대필해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과거 한 스포츠 선수는 여러 말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출판사 내 관계자가 직접 대필을 감행했다.
한편 대필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이유로 아예 공동저자를 내세우기도 한다. 박경림의 <사람>이란 책에 ‘글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표기된 것이 단적인 예다. 또한 최근 빅뱅이 발간예정인 <세상에 너를 소리쳐>라는 책도 ‘정리’란 단어를 사용, 공동저자를 명시했다. 빅뱅 책 출판사인 쌤앤파커스 측은 “빅뱅 멤버들이 쓴 초고 중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정리하고 다듬어준 스토리 디렉터로 출판사 프리랜서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빅뱅의 경우처럼 책 발간에 도움을 준 이를 명시하는 것이 아니라 숨기기에 급급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게 문제다. 출판 관계자인 한 아무개 씨는 “연예인들의 대필은 책을 팔아야 하는 출판사로서 행할 수밖에 없는 일인데 스타들이 자신의 이름만 나가길 원하는 경우도 많고 연예인 인지도를 빌려 책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출판사 측에서 대필자를 숨기는 일이 많다”며 “심지어 대필의 티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매끄럽게 써진 글 중 몇몇 부분을 편집과정에서 투박하게 수정해 본 적도 있다”고 말한다. 많은출판 관계자들은 “전문작가가 아닌 이상 대필작가를 쓰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며 “다만 대필작가명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스타가 책을 사주는 독자를 속이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